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양키스나 다저스 스타디움 규모의 사람들이 매년 죽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톰 프라이스 미국 보건장관은 8일(현지시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오남용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오남용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보류했지만,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오피오이드 피해 확산…30조 대체수요 대기 중

지난 1일 미국 백악관 오피오이드위원회는 예비보고서를 통해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매일 미국인 142명이 사망한다고 전했다. 3주마다 9·11 테러 사태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헤로인 등 마약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아편 유사 물질이다. 수술 후 통증이나 암성 통증 등 심각한 통증, 관절염으로 인한 만성 통증 등에 사용되는 강력한 진통제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게 단점이다.

오피오이드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신설한 기구로, 최종 보고서는 올 가을에 나올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는 오피오이드 오남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담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 및 지원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신형 연세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만성통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비마약성 진통제의 개발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오피오이드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진통제가 나타난다면 대체 수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코히렌트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오피오이드 시장은 2015년 171억달러(19조4000억원)에서 2024년 257억달러(29조1700억원) 성장이 전망된다.
"매일 142명 사망"…非마약성 진통제 관심 확산
◆개발 경쟁…국내사 비보존·메디프론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미 식품의약국(FDA)는 비오피오이드계 진통제 후보물질 '타네주맙'을 신속심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은 승인과 관련한 심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제도다. 타네주맙은 2010년 부작용으로 인해 임상3상이 중단됐다가, 2015년 관절통과 요통용 진통제로 3상 재개를 허가받았다. 화이자와 일라이릴리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안전성 문제에도 타네주맙이 임상 재개 및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것은 오피오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FDA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테바와 리제네론도 관절통 진통제 '파시누맙'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카라테라퓨틱스의 'CR845'는 수술 후 통증 3상, 만성통증 2상 단계다.

국내 기업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곳은 비보존이다. 수술 후 통증을 대상으로 '오피란제린(VVZ-149)'의 한국 임상2상을 종료했고, 미국에서 임상2b상을 진행하고 있다. 2상에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중증 이상의 통증에 효과적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글로벌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메디프론이 2005년 독일 진통제 전문기업 그루넨탈에 기술수출한 비마약성 진통제가 임상1상을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DWJ208'이라는 후보물질을 발굴해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