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고 과학협력단·비르고 협력단, '피지컬리뷰레터스'에 발표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며 발생한 중력파가 탐지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가 지난 2015년 9월, 12월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것이다.

중력파는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충돌처럼 질량이 큰 천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인데,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로 알려졌다.

국제공동연구진인 라이고 과학협력단(LSC)과 비르고(Virgo) 협력단은 1월 4일(국제표준시) 'LIGO'(라이고·레이저간섭 중력파 관측소)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2일 밝혔다.

LIGO는 미국 리빙스턴과 핸포드에 있는 쌍둥이 중력파 검출기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1일 자)에 실렸다.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질량이 태양의 31배, 19배에 달하는 쌍성계 블랙홀이 서로의 주위를 돌다가 충돌해 태양보다 49배 무거운 블랙홀이 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최초로 관측된 중력파는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해 질량이 태양의 62배인 블랙홀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두 번째 관측된 중력파는 14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질량 21배의 블랙홀이 생길 때 나온 것이다.

LSC의 일원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박사는 이번 관측에서 블랙홀 쌍성계의 생성 기원에 대한 단서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블랙홀의 자전축 방향이 두 블랙홀의 공전축 방향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아낸 것이다.

오 박사는 "블랙홀 쌍성계의 생성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쌍성이 각자 블랙홀로 진화한 뒤 블랙홀 쌍성계를 이룬다는 설과 두 블랙홀이 서로를 포획해 쌍을 이루게 된다는 설"이라며 "전자의 경우 페어 경기를 펼치는 피겨 스케이터들처럼 공전축 방향이 각자의 자전축 방향과 일치해야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블랙홀 쌍성은 그렇지 않으므로, 생성 기원이 후자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통계적 관측 데이터를 점차 모아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고, '중력파 천문학'의 본격화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력파 천문학은 빛이나 전파 대신 중력파를 이용해 질량이 큰 별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들의 특성 등을 이해하려는 학문 분야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