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깃값까지 급등하면서 치킨 가격 인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치킨은 오는 20일부터 전국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BBQ가 가격을 올리는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마리당 1만6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2천 원(12.5%) 오르고, '황금올리브속안심'(1만7천→1만8천 원), '자메이카통다리구이'(1만7천500원→1만9천 원) 등 모든 메뉴가 평균 9~10%씩 인상될 예정이다.

'마라 핫치킨'(순살) 등 일부 메뉴의 경우 이미 가격이 2만 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메뉴가 2만원 전후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BBQ 관계자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치킨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지속적인 인건비, 임차료,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용 등이 상승했고 배달 앱 수수료, 배달 대행료 등 신규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 상황"이라며 "가맹점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격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BBQ가 '총대'를 매면서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최근 AI 여파로 육계 공급량이 줄어 산지 닭고기 가격이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점을 찍으면서 치킨 업계로서는 가격 조정 명분도 생겼다.

실제로 BBQ와 함께 치킨 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교촌치킨 역시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교촌 관계자는 "3년 전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 조정을 한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라며 "닭고기 등 원자재도 그렇지만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확한 인상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역풍'을 우려해 가격 인상 카드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업체들도 있다.

치킨이 워낙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간식 메뉴인 데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고정비 인상 부담이 크고, 가격을 올려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계속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소비자들 생각은 또 달라서 아직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네네치킨 역시 "시세에 따라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어 AI로 원가 상승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