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MWC서 '5G 상용화' 선언…애초 목표보다 3년 단축
2015년 제시한 '5G 미래' 눈앞의 현실로…"세계인이 놀랐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황창규 KT 회장이 2000년대 초 삼성전자 사장 재직 시절 그의 성을 따 만들어진 용어다.

황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동안 이 법칙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황 회장 주도로 애초 목표보다 3년이나 빠르게 추진되는 KT의 5세대(5G) 통신 서비스 상용화는 황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시장의 예상을 깬 무지막지한 속도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 2015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5G 통신의 미래를 그리는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청중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가상의 배경은 2020년이었다.

황 회장이 자율주행차에 올라 "사무실"이라고 말하자 차량이 최적의 경로를 찾아 움직였다.

미국, 중국, 스페인 사업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모든 자료가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됐다.

황 회장은 멀리 떨어져 있는 손녀의 바이올린 연주를 홀로그램으로 감상하기도 했다.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번역, 홀로그램은 일반 대중에 생소한 미래 기술이었다.

KT는 애초 5G 상용화 원년을 2022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불과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제시한 미래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27일 개막한 올해 MWC 전시관 근처에서는 BMW가 자율주행차 시승 행사를 한다.

웬만한 프리미엄 스마트폰마다 AI 가상비서가 탑재됐고, 자동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쓸 수 있다.

홀로그램도 낯설지 않게 됐다.

황 회장은 올해 MWC 기조연설도 미래 전망을 담은 동영상으로 시작했다.

얼음 트랙 위를 최고 시속 150㎞로 달리는 봅슬레이 경기를 아찔한 1인칭 시점으로 관람할 수 있는 '싱크 뷰', 높이 뛰어올라 3회전 반을 도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트리플 악셀을 수십∼수백 장의 프레임으로 쪼개볼 수 있는 '타임 슬라이스' 등이 소개됐다.

황 회장은 KT가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 기술을 실제로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년 5G의 미래로 막연히 5년 뒤 모습을 내다봤다면, 올해는 겨우 1년 뒤 모습을 구체적으로 예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런 변화는 '기하급수적'이라고 할 만큼 눈에 띄게 빨라진 통신 속도 덕분이다.

황 회장이 이날 선언한 대로 KT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 통신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을 마련하는 셈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인텔 등 칩셋 제조사들이 KT의 5G 상용화를 지원키로 했다.

5G 전용 단말이 금세 보급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빠른 상용화 로드맵에 세계인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