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윈도7' 인기에 발목잡힌 MS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신 PC 운영체제(OS) ‘윈도10’의 성장 정체로 고민에 빠졌다. MS는 최신 제품으로 교체를 권장하지만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여전히 구형 OS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5일 시장조사업체 넷마켓셰어에 따르면 2015년 7월 출시된 윈도10의 OS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2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점유율 47.2%를 보인 구형 OS ‘윈도7’(2009년 출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윈도10, 구형 제품에 ‘발목’

윈도10의 초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점유율을 출시 첫달 5.21%에서 지난해 8월 22.99%까지 끌어올렸다. 출시 후 1년간 구형 제품인 윈도7, 윈도8.1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반년간 정체 상태에 빠졌다.

윈도10 점유율이 주춤한 것은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들이 업무 시스템에 아직까지 윈도7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지디넷은 “지난해 6월까지 이뤄진 무료 업그레이드 덕분에 윈도10 개인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다”면서도 “MS의 최대 고객인 기업들은 여전히 윈도7을 고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OS를 쉽게 바꾸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교체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권상준 한국IDC 수석연구원은 “OS 교체는 기본 업무 인프라를 바꾸는 큰 작업”이라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 기업들은 한 번 도입한 시스템은 가급적 오래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MS가 구형 제품의 보안패치 지원을 곧바로 끊으면 교체를 강제할 수 있다. 보안패치가 꾸준히 제공되지 않으면 시스템이 새로운 보안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부로 지원을 끊었다간 ‘갑질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MS는 OS 출시 후 5년간 기능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추가로 5년간 보안패치를 더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윈도7 보안패치는 2020년 1월까지 3년 더 계속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안 프로그램은 윈도7에 최적화돼 있어 국내 업체들도 당장 윈도10을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는 ‘윈도7’ 세상”

MS는 지난달 16일 기업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윈도10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르쿠스 니쉬케 MS 독일지사 윈도사업부장은 “윈도7은 기술담당 부서에 필요한 최신 기능이 없는 데다 보안 수준도 윈도10보다 낮다”며 교체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윈도7 보안패치가 중단되는 2020년까지 윈도10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디넷은 “MS가 사용자들에게 윈도10으로 이동할 만한 강력한 이유를 찾아주지 못한다면 윈도7은 ‘죽지 못하는 OS’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