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진흥을 위해선 대학병원이 나서야 합니다.”

유승준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25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경바이오헬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대학과 기업뿐만 아니라 병원도 바이오산업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이오 기초연구가 제품화까지 이어지려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수많은 환자가 오가는 대학병원이 임상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료법이 개정돼 환자의 진료 데이터인 전자의무기록(EMR)을 비식별 정보로 익명화해 연구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바이오 연구단계에서 대학병원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연구에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유 센터장은 “신약이나 의료기기, 의료서비스를 사용하는 건 일선 의료진과 환자들”이라며 “대학병원과 협력을 통해 현장에서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도 대학병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본부장은 “임상 역량을 가진 대학병원이 바이오헬스산업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은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다”며 “대학병원과 연계하는 바이오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인베스트먼트가 145억원을 투자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삼성서울병원과 신약을 공동 개발 중이다.

해외에선 대학병원이 주축이 돼 신약 연구개발을 하는 사례도 많다. 세계적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은 암젠과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이 함께 개발했다. 엔브렐의 글로벌 연 매출은 10조원에 이른다.

☞한경바이오헬스포럼 전문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