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의 생존법?…"신약, 초기부터 해외 제약사에 기술 이전"
바이오벤처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개발 담당자는 올 들어 해외 출장만 15차례 다녀왔다. 신약을 공동 개발하거나 기술이전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19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가운데 16개를 기술이전하거나 파트너와 공동 연구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06년 설립 때부터 다른 제약사에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하고 공동 개발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왔다. 요즘 바이오벤처기업 사이에서 보편화한 사업모델을 10년 전부터 갖춰온 셈이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사진)는 “10년 전에는 기술이전이나 공동 개발하는 사업모델이 생소해 국내 제약사의 반응이 안 좋았다”며 “자금력이 취약한 바이오벤처는 살아남을 수 있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중국 RMX바이오파마와 240억원 규모의 그람양성 슈퍼박테리아 치료제(LCB01-0371)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고 중국 판권을 넘겼다. RMX바이오파마는 상하이 지방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현지에서 임상할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임상 결과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미국 검테라퓨틱스와는 합작법인을 세운 뒤 그람음성균 항생제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앞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합작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대형 제약사가 아니라 개발 전문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신약 임상 단계를 한 단계라도 더 진행하기 위해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레고케미스트리’라는 기술도 개발했다. 치료제의 고유 구조를 미리 레고블록처럼 만들어 놓고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이다. 평균 4~5년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2~3년으로 줄일 수 있다.

2세대 항체-약물 접합(ADC) 신약 개발도 순항 중이다. ADC는 항암 항체치료제와 화학항암제를 결합해 두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동물실험 등의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