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상반기 독주하던 넷마블 '흔들'…메이플M 등 흥행작 낸 넥슨 '뒷심'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넷마블 전성시대’였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양대 앱(응용프로그램)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0위 안에 있는 게임 중 절반가량이 넷마블 게임이었다. 흥행작을 다수 낸 덕분에 이 회사 2분기 매출은 352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넷마블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2~3년간 매출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세븐나이츠’와 ‘모두의마블’을 제외하면 20위 안에 넷마블 게임이 사라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공고했던 넷마블 독주 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넷마블이 고전하는 것은 하반기에 주요 업체가 신작을 쏟아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히트’ 이후 흥행작이 없었던 넥슨은 9월부터 신작 게임을 대거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흥행 성적도 좋다. 넥슨은 지난 2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10위 안에 게임 3개를 올리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삼국지 등 유명 지식재산권(IP)을 잘 활용한 것이 흥행 비결이라는 평가다.
[모바일 게임] 상반기 독주하던 넷마블 '흔들'…메이플M 등 흥행작 낸 넥슨 '뒷심'
넥슨 하반기 라인업의 선두주자는 미소녀 캐릭터를 등장시킨 전략게임 ‘M.O.E(마스터오브이터니티)’다. M.O.E는 지난 9월20일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최고 매출 8위에 올랐다. 3차원(3D)으로 제작된 캐릭터와 몰입감 높은 스토리로 호평받았다.

이달 출시된 신작들은 성적이 더 좋다. 자사 인기 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재구성한 ‘메이플스토리M’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이용자들은 “PC에서 즐겼던 메이플스토리를 그대로 스마트폰 안에 옮겨놓은 것 같다”며 “향수에 푹 빠져들게 하는 게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 이끄는 띵소프트가 개발한 ‘삼국지조조전 온라인’도 출시 2주도 안 돼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최고 4위를 기록했다. 200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고에이의 ‘삼국지조조전’을 모바일로 이식한 게임으로 당시 게임을 재밌게 즐겼던 30~40대 직장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게임] 상반기 독주하던 넷마블 '흔들'…메이플M 등 흥행작 낸 넥슨 '뒷심'
상반기에 기대작이던 ‘로스트킹덤’의 뒷심 부족으로 고전했던 네시삼십삼분(433)도 9월에 출시한 ‘몬스터슈퍼리그’ ‘붉은보석2’ 등으로 매출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교육 콘텐츠업체인 스마트스터디가 개발한 몬스터슈퍼리그는 출시 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북미, 유럽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지난 21일 글로벌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엘엔케이로직이 개발한 붉은보석2는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끈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붉은보석’의 모바일판 후속작이다. 이용자가 직접 개입해 더욱 강력한 마무리 일격을 가하는 시스템을 넣는 등 세세한 재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반기 들어 모바일게임 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난 장르 다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에는 넷마블이 강세를 보이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 이용자가 몰렸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에픽게임즈의 ‘모바일스트라이크’, 신스타임즈의 ‘해전1942’ 등 외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카카오의 ‘프렌즈사천성’, 선데이토즈의 ‘애니팡3’ 등 퍼즐 게임이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액션 RPG에 집중되던 이용자가 분산됐다.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넷마블은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게임 순위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게임 수명주기가 짧은 모바일게임 특성상 세븐나이츠처럼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임이 없으면 공모가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넷마블은 11월 출시 예정인 최고 기대작 ‘리니지2:레볼루션’ 출시를 기점으로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스톤에이지 이후 신작 공백으로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게임이 줄어들었지만 동남아시아 등 해외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리니지2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매출 증가 추이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