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기 1천510만대 생산 전망…정확하고 싸고 기능 다양해져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삼성전자도 사람 음성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불붙었다.

머지않은 시기에 이런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 비서 기기의 연간 생산량은 올해 180만대 수준에서 2020년 1천51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작년 110만대에 그친 연간 생산량이 내년 290만대, 2018년 520만대, 2019년 890만대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성 비서 기기가 대중화되고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조건으로는 ▲ 음성 인식 기술 발달 ▲ 기기 가격 하락 ▲ 경쟁업체 증가 ▲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 확대 등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최근 들어 실현돼 가고 있다.

우선 음성 인식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0년 70% 안팎에 머물렀던 음성 인식 정확도가 올해 95%를 넘어섰고, 동음이의어를 구별하거나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바이두의 딥스피치2는 정확도가 97%에 달해 중국어의 경우 손으로 입력하는 것보다 2.8배 빠르고, 오타는 60% 적은 음성 인식이 가능해졌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기기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다.

아마존 음성비서 서비스 '알렉사'를 쓸 수 있는 거치형 블루투스 스피커 '아마존 에코'의 미국 정가는 180 달러(20만1천 원)이지만 300만대 이상이 팔렸다.

휴대용인 '아마존 탭'은 130 달러(14만5천 원)이며, 최근에는 세일로 가격이 100 달러(11만2천 원)까지 내려갔다.

또 더 소형인 '에코 닷' 제2세대 모델은 한 대에 50달러(5만6천 원)이며 6대 묶음을 5대 가격에 살 수 있다.

구글이 판매하는 음성 비서 기기 '구글 홈'의 판매가는 129달러로, 아마존 에코보다 50달러 낮다.

SK텔레콤은 음성 비서 기기 '누구'를 최근 공개했는데, 정가가 24만9천원이지만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9만9천원으로 할인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쟁 업체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아마존 에코를 300만대 이상 판매한 아마존을 선두로,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 등이 각축중이다.

사운드하운드 같은 스타트업의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이런 서비스들은 모두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윈도폰 등 스마트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또 MS 코타나는 게임기 '엑스박스 원'에서도 쓸 수 있다.

스마트폰에 'S보이스'를 탑재해온 삼성전자는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설립한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 회사 '비브 랩스'를 전격 인수해 사업 확대 욕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여러 가전제품에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해 커다란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밝혔다.

또 외부 제휴사들과의 서비스 연동 덕택에 음성 비서의 용도는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에코는 음악을 틀어주고, 날씨나 일정을 알려주고, 오디오북을 읽어줄뿐만 아니라 우버 차량을 부르거나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주는 일도 할 수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소장은 한국인터넷진흥원 기고문에서 "내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이들이 벌이는 전쟁으로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와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