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체육부장', 카톡 메시지로 올림픽 소식 큐레이션
네이버, 직접 만든 기사 노출해 '언론사 자처' 논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내친 김에 막강한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에까지 손을 뻗쳤다.

카카오는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된 리우 올림픽 소식을 묶어 카카오톡 메시지로 쏴주는 서비스를 개시했고, 네이버는 더 나아가 올림픽 경기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자체 기사를 만들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 탭에서 '체육부장'이라는 계정(플러스친구)을 운영한다.

이 계정을 친구로 추가하면 매일 오전 10~11시께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온다.

메시지에는 통상 리우 올림픽 소식이 300자 안팎으로 간략히 정리돼 있다.

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하면 여러 신문·방송사가 보도한 뉴스를 한 페이지에서 골라 다시 링크를 타고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체육부장은 짧은 기간 4만명에 달하는 친구를 끌어모았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리우 2016' 특별 페이지와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체육부장은 다양한 플러스친구 중 하나"라며 "파트너(외부 사업자)들과 함께 스포츠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게임, 동영상, 웹툰 등 여러 분야의 플러스친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부장이 언론사 콘텐츠를 엄선해 나열하는 일종의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라면, 네이버의 '오늘의 리우'와 '내일의 리우'는 아예 네이버 직원들이 기사 형태로 작성한 콘텐츠다.

네이버는 씨엘오미디어라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사들인 기초 자료를 토대로 오늘의 리우와 내일의 리우를 제작해 PC와 모바일의 '리우 2016' 특별 페이지 헤드라인에 노출했다.

리우 올림픽 주요 경기 일정과 결과를 동영상, 사진, 표를 곁들인 장문의 기사로 총망라해 인기를 끌었다.

다만, 네이버는 '자료제공 씨엘오미디어, 기사제공 네이버 스포츠'로 명시하며 기사 작성자로 등장했다가, 사실상 언론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최근 이를 삭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뉴스 페이지와 별도로 시도된 것"이라며 "회사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앞으로 유사 서비스를 어떻게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육부장과 오늘·내일의 리우는 서비스 편의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올림픽 소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편한 형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를 자처해온 인터넷 회사들이 이처럼 콘텐츠 프로바이더(공급자)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시장에서 매우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이 콘텐츠 유통 권한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자체 제작한 오늘의 리우를 모바일 첫 화면에 장시간 노출해 막대한 트래픽을 흡수했다.

PC보다 화면이 작아 콘텐츠 주목도 집중이 심한 모바일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네이버 등이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디어 환경에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