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웬만한 곳에선 다 되는 포켓몬고…한국은 언제쯤?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신규 출시…"韓 모바일 시장 커 결국 발매될 듯"

세계적인 인기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고'가 아시아에서 대거 서비스 국가를 늘리면서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언제 출시될지가 여전히 관심사다.

이 게임의 뼈대가 되는 구글지도(구글맵)의 국내 정상화 문제 때문에 서비스가 지연은 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이 세계적 모바일 게임 시장인 만큼 결국은 포켓몬고가 '상륙'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1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앤틱은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에 포켓몬고를 추가 출시했다.

이에 따라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이 서비스 권역에 들어갔고 이미 게임이 출시된 일본까지 합치면, 한국 주변의 주요 국가 중 포켓몬고가 안되는 곳은 중국·러시아 정도만 남는다.

포켓몬고는 포켓몬이라는 인기 캐릭터를 통해 AR 스마트폰 게임이란 생소한 장르에서 '대박'을 낸 첫 작품으로, 국내 게임 업계에 진입하면 막강한 경쟁자인 동시에 AR 게임 모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

포켓몬고는 올해 7월 이후 호주·미국·일본·말레이시아 등에 순차적으로 진출하면서도 지금껏 세계 4위의 게임 시장인 한국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이에 관해 나이앤틱은 공식적인 설명을 하진 않고 있지만, 구글맵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게임 업계는 보고 있다.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보면서 현실 지형지물에 숨은 포켓몬(괴물)을 잡는 것이 골자인데, 한국에서는 핵심 도구인 구글맵이 지도 반출 규제 때문에 애초 기능의 10%가량만 돌아가는 상태다.

나이앤틱은 구글의 사내 벤처였다가 작년 분사한 회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국이 세계적 모바일 게임 강국인 만큼 나이앤틱이 국내 시장을 계속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게 나온다.

한 국내 유명 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한국에서 구글맵이 잘 안되면 다른 지도를 쓰는 것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이 모바일 시장 규모가 크고 우수한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열광적인 만큼 어떤 과정을 거쳐서든지 출시는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른 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현재 포켓몬고를 변칙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강원 속초 등 국내 극소수 지역에 국내 사용자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수요는 명확하게 입증이 됐다.

모바일 게임의 주요 테스트베드(시험대)로서 한국의 위상도 있어서 출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중론도 있다.

지도 반출 규제를 완화해 구글맵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두고 우리 정부와 구글이 견해차가 심한 등 외부 요인이 많아 나이앤틱의 출시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계속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매 시기가 대폭 늦춰지고 우리 사용자가 불만을 느낄 정도로 열악한 품질로 서비스가 이뤄질 공산이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는 나이앤틱은 한국 서비스 계획을 묻는 연합뉴스의 수차례 이메일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 조사 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한국은 게임 시장 매출이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4위였고, 해당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48%로 일본(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포켓몬고의 한국 출시가 미뤄지는 사이 우리 게임 업계가 '뽀로로' 등 국산 캐릭터를 이용해 비슷한 스마트폰 AR 게임을 내놔 국내 시장을 선점할 전망에 관해서는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 많았다.

포켓몬고 성공이 1996년 첫 발매 이후 20년 동안 남녀노소 팬층을 쌓은 닌텐도 '포켓몬' 캐릭터의 힘에 빚진 부분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이처럼 보편적 호소력이 있는 캐릭터가 잘 없다는 얘기다.

한 중견 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지금 많이 거론되는 뽀로로는 탁월한 지적 자산(IP)지만 만 3세 이하 유아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반면 포켓몬고는 역사가 긴 만큼 어릴 적부터 포켓몬에 익숙했던 '키덜트(아이 취향의 어른) 사용자'도 많아 팬의 범위가 훨씬 넓다"고 지적했다.

다른 게임 업계 종사자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IP를 AR와 위치기반서비스(LBS) 기술에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포켓몬고와 비슷하게만 만들면 성공한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예나 기자 tae@yna.co.kr,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