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I&C와 제휴…"삼성 진영이라고 무조건 배척 안 한 듯"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부상하며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는 화웨이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삼성의 형제기업인 신세계를 파트너로 선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공공연하게 삼성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밝히고 있는 중국의 대표 IT기업이다.

이런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안방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앞세운 파트너가 신세계그룹의 IT기업인 신세계I&C인 것이다.

화웨이는 일단 인기 노트북 PC인 '메이트북'을 들고 나왔지만 자신감이 붙으면 스마트폰 등으로 품목을 넓혀나갈게 뻔하다.

더 큰 의문은 신세계I&C의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와 손을 잡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화웨이 한국 법인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화웨이 본사와 삼성과의 관계를 볼 때 뜻밖"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의 하나로,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수백억원대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썼다'며 삼성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삼성도 '당할 수만은 없다'며 특허 침해 맞소송에 돌입한 상태다.

화웨이는 해외에서 스마트폰 '공룡'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려 기업용 통신 장비업체에 불과하며 저가 스마트폰을 몇 차례 선보였지만 반응이 시원찮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신세계 I&C와 손 잡은 것은 아주 현명하면서 합리적 결정이라는 평이 많다.

신세계 I&C는 외국계 ICT 제품을 이마트 등에 공급하는 '총판' 역할을 하는 회사다.

구글 크롬캐스트·HP 복합기·JBL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화웨이 제품을 누구보다 국내에 잘 유통할 수 있는데다, 화웨이가 타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아는 기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최신 투인원(2in1·노트북과 태블릿 겸용 제품)인 메이트북을 이마트 등 신세계 유통망에 대거 내놓으면서 소비자 인식을 바꿀 계기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화웨이는 왜 범삼성가인 신세계와 손잡았느냐는 질문에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면서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신세계 측도 '그런 사안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라며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편 외국계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경쟁사지만 삼성의 부품 등을 대거 사 가는 제휴사이기도 해 삼성 진영을 무조건 배척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신세계도 자사 유통망에 납품하는 많은 회사 중 한 곳이라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