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발달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는 제품(하드웨어)이 아니라 서비스(소프트웨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스코의 연례 글로벌 콘퍼런스인 ‘시스코라이브 2016’ 기조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이 행사에 초청받았다.

로빈스 CEO는 “과거에 기술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제품 자체의 속성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자동차가 모든 기기와 연결되는 ‘커넥티드카’가 보급되면 자동차 자체의 기계적인 성능보다는 다양한 내·외부 기기에서 정보를 습득·분석하는 기능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자동차가 결합하면 자동차 내부가 업무 공간이나 휴식 공간으로 바뀔 것이란 예측과도 맥이 닿아 있다.

척 로빈스 시스코 CEO "IoT시대 자동차는 제품 아닌 서비스"
시스코는 커넥티드카 등 사물인터넷(IoT)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과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늘날 기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로빈스 CEO는 이날 기조연설과 인터뷰 도중에 이 말을 반복하며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오늘날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변수로 단연 ‘기술’을 꼽았다. 기술의 빠른 발전이 국가를 변화시키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IoT 플랫폼 기업인 재스퍼(Jasper)를 사례로 들며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기술로 인한 차별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IoT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재스퍼를 14억달러(약 1조6083억원)에 인수했다. 로빈스 CEO는 “세계적으로 3100만대의 전자제품이 재스퍼와 연결돼 있고 800만대의 자동차가 재스퍼를 통한다”며 “이런 연결성에 따른 비즈니스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인도, 이스라엘 등은 디지털 혁신을 국가 행정 시스템에 접목해 의료, 교육, 성장,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빈스 CEO는 “기술로 인해 국가가 변화되고 있는 게 기술의 진정한 힘”이라며 “우리는 기술자처럼 생각하고 기업가처럼 행동할 때 국가가 변화되고 인류 공통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이 생활을 단순히 좀 더 편하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이 바로 시스코와 같은 기술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시대고 우리들의 시대(Your time is now, our time is now)”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