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위원들 아직 의견서 못받아…심사보고서만 지난주 발송
공정위 "이메일만 보냈다…출력본은 내일 중 도착 예상"
심사보고서·의견서 함께 보내던 관행 어겨…공정성 훼손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건의 최종심의를 담당하는 9명의 위원에게 양사의 반박의견서 발송에 앞서 사무처의 심사보고서를 먼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보고서와 반박의견서를 함께 보내던 관행을 어긴 것으로 향후 최종심의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인수합병에 대한 최종심의가 임박했지만 9명의 공정위 위원들은 아직 양사의 반박의견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무처의 불허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는 이미 지난주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위원들에게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와 이에 대한 피심인의 의견서를 함께 묶어 등기 우편으로 보내왔다.

그럼에도 이번 기업결합 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심사보고서만 먼저 보낸 뒤 피심인 의견서 발송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마 이메일로는 갔을 것"이라며 "출력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양 사는 전날 이메일과 함께 수십 부의 출력본 형식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이 많은 양의 서류를 이메일을 통해 꼼꼼히 검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7개월간 사건을 끌며 복잡한 사안을 검토했기 때문에 공정위 위원들도 양측의 주장을 검토하려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이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출력본을 받게 되는 13일 이후 본격적으로 반박의견서를 검토한다고 해도 최종심의일까지 시간은 13일 아침에 받을 경우 만으로 이틀, 오후 늦게 받을 경우 하루 남짓에 불과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심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양 사와 공정위 심사관 간 이미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그 내용이 심사보고서에 포함된 만큼 심사보고서만 먼저 발송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안은 향후 공정성 시비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심의 연기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의견 숙지를 위해 하루빨리 전달돼야 할 것 같다"며 "결론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결합 건 심사 과정에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듯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조만간 심사보고서가 발송된다'는 언론 보도에 '발송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2시간 뒤 심사보고서를 발송해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확하고 공정한 심사'를 명목으로 7개월을 끌고 나서 불과 2주·4주의 의견서 제출기한 연장을 불허하기도 했다.

통상 한 달여 전 미리 최종심의 일정을 정하던 것과 달리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최종심의는 급박하게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한지훈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