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외모·스펙으로 가입 자격 제한
정보 검증 절차 부실…범죄 악용 우려

회사원 A(31) 씨는 두 달 전 호기심에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미덥지 않았지만, 이제는 점심시간에 앱으로 추천 데이트 상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동안 실제로 만난 이성도 4명이다.

만남이 성사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

가입비가 따로 없는 대신 하루 정해진 인원 외에 추가로 상대를 소개받고, 연락하는 데 추가 요금이 들기 때문이다.

A 씨는 "소개팅과 달리 주선자를 의식하지 않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 좋다"며 "프로필과 다른 경우 실망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어 당분간 계속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미국 프로야구선수 강정호가 현지에서 데이팅 앱을 통해 상대 여성을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앱의 국내 가입자가 줄을 잇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데이팅 앱이 허술한 본인인증 절차로 인해 등록 정보의 신뢰성이 낮고,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문턱 높인 데이팅 앱 고속성장
201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데이팅 앱 시장은 지난해 급성장했다.

글로벌 앱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게임 분야 앱 매출 상위 10위권에 소셜 데이팅 앱 3개가 이름을 올렸다.

'정오의 데이트'가 5위, '이음'이 6위,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이하 아만다)'가 8위였다.

2014년에는 '이음'이 유일했다.

이들 3개 업체의 수익은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150% 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앱 마켓에 등록된 데이팅 앱은 150개가 넘는다.

초기에는 '하이데어'나 '1㎞'처럼 위치 정보를 중심으로 이용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을 추천해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맞춤형 전략이 대세다.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해 이른바 '스펙' 좋은 회원을 다수 확보하고, 등록 정보를 세분화해 조건에 맞는 대상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게 '아만다'다.

2014년 11월 출시된 이 앱은 얼굴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가입자가 본인 사진 3장을 올리면 기존 이성 회원들이 외모 점수를 매긴다.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3점을 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문을 통과한 회원 수는 120만 명을 넘는다.

같은 해 나온 '스카이피플'은 명문대 출신이거나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라야 가입할 수 있다.

단 이 조건은 남성에만 해당한다.

'메이저'는 자체 리스트에 있는 주요 기업과 정부기관 공무원만 직장 공식 메일을 통한 인증을 거쳐 회원으로 받는다.

이른바 '계급 만남'을 조장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해당 업체들은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항변한다.

'정오의 데이트'는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지만, 혈액형과 키부터 종교·흡연·음주 여부·가고 싶은 여행지까지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한다.

조건에 맞는 상대를 추천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 허위 정보 입력해도 가입…범죄 악용 우려
하지만 정보의 신뢰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일부 앱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계정 등으로 본인인증을 하다 보니 가짜 계정을 이용하면 충분히 신원을 속일 수 있다.

세부적인 프로필 정보도 개인이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부터 작년 5월까지 데이팅 앱 이용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38.4%(192명)가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9.8%가 "앱을 사용하다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연락 지속'이 24.4%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 23.8%, '개인정보 유출' 16.0% 순이었다.

추가 결제 항목이 많은 점도 이용자의 불만을 키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단순히 관심을 표현하려고 해도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데이팅 앱은 열람 시간이 지난 상대방의 프로필 정보를 확인하거나 단순히 개인 채팅방을 개설하는 데도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보다 데이팅 앱이 보편화한 미국에서는 이미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 4명을 성폭행한 재미교포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본인인증 절차가 꼼꼼한 앱을 사용하고, 초기 오프라인 만남은 번화가나 공공장소에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