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CJ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CJ는 이번 매각을 통해 케이블TV 플랫폼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합병 무산 위기에 비상이 걸렸다.

CJ는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최종 결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5일 "공정위의 M&A 불허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거래가 무산되면 CJ가 큰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조건부 승인이라도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23개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통해 41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TV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약 1조2천억원에 1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알짜 계열사다.

CJ그룹은 경쟁 심화 등으로 케이블TV 사업이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CJ헬로비전의 매각 결정을 내렸다.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의 글로벌 진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악재를 겪어온 CJ는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됐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미뤄왔으나 성장을 위한 투자를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올해부터는 해외 M&A 등에 적극 나서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중국의 대형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가 무산됐고,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CJ헬로비전 매각마저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장이식 수술에 따른 거부반응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 회장은 최근 건강이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의 미래성장전략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성장에 한계가 이른 상황에서 CJ헬로비전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CJ 관계자는 "총수의 장기 부재 상황에서 연이어 대형 M&A가 무산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공정위가 M&A를 불허하면 계약금도 받지 못한 채 CJ헬로비전은 최대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헬로비전에는 큰 상처가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M&A 발표 이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해왔기 때문에 기업정보가 상당 부분 노출됐다.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가입자 유지·확대를 위한 영업활동과 신규사업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

내부 인력들은 고용불안에 떨며 혼란을 겪었다.

공정위는 SK텔레콤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전원회의에서 최종안을 결정한다.

이르면 이달 중 전원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M&A가 최종적으로 허가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CJ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단 시장경제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만약 최종 불허가 결정되면 법원에 판단을 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