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가 다른 입자들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빛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최초로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가 공개됐다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NIST는 이날 가장 권위 있는 물리학 학술지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실린 '자유 중성자의 방사성 베타(β) 붕괴의 정밀 측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이 연구소 산하 중성자연구센터(NCNR)에서 이뤄진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고 밝혔다.

'자유 중성자'란 다른 입자와 결합하지 않고 홀로 있는 중성자를 뜻한다.

우리 주변 물질에 존재하는 중성자는 대개 양성자와 결합해 원자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원자핵에 묶여 있지 않은 '자유 중성자'는 불안정해 그냥 두면 '양성자'와 '전자'와 '전자 반(反)중성미자'로 붕괴한다.

이 과정에서 빛 입자인 '광자'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실험 결과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델(the Standard Model)과 양자전기역학(QED) 등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초 이론과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NIST에 근무하는 물리학자이며 논문 공저자 18명 중 하나인 제프 니코는 "기묘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남들이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QED의 예측을 매우 정밀하게 검증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자유 중성자의 베타 붕괴에서 나오는 광자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최초로 측정하면서 갈래비(branching ratio)라는 정보도 선행 연구의 2배 정밀도로 측정했다.

갈래비는 입자가 붕괴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있을 때 어떤 붕괴 방식이 어느 정도 비율로 일어나는지 보여 주는 수치다.

니코는 "우리가 발견한 모든 결과는 주류를 이루는 QED 계산 결과와 맞아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NIST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QED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물리학자들이 표준모델보다 더 깊은 수준의 이론을 모색하는 데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