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케이블TV]  20년 성장세 꺾인 케이블TV…'삼중고'에 탈출구 안 보인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절반(49.5%)을 차지하고 있는 케이블TV업계가 가입자와 매출 감소, 투자 정체, 수익성 악화 등 ‘3중고(三重苦)’에 허덕이고 있다. 인터넷TV(IPTV)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유료방송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면서 케이블TV 매출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IPTV·위성방송에 역전당한 케이블

1995년 아날로그 케이블 TV방송이 시작된 이후 외형 성장을 이어가던 케이블업계는 2009년 이동통신 3사의 IPTV 서비스 개시 이후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IPTV가 차별화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통신 결합상품을 무기로 유료방송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케이블업계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2005년 IPTV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케이블 서비스가 상용화됐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디지털 전환율은 53%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 매출 곡선도 하향세로 꺾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케이블업계의 전체 매출은 2조3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0억원 감소했다. 케이블TV의 매출이 줄어든 것은 1995년 방송 송출 이후 처음이다.

가입자 수도 IPTV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에 추월당했다.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380만명으로 IPTV(1099만명)와 위성방송(307만명)을 합한 것(1406만명)보다 적었다.

가입자 이탈로 각사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도 감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 수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적자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A 등 산업재편이 대안”

정부 인가 심사 중인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착잡하다. 1위 사업자의 매각 결정은 케이블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CJ그룹은 IPTV 가입자가 급증한 2011년부터 내부적으로 CJ헬로비전 매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5위 안에 포함된 대형 MSO도 M&A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SK텔레콤이 애초 M&A를 타진했던 3위 업체 딜라이브(옛 씨앤엠)는 매각 무산으로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업계 5위인 HCN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영사 칼라일은 지난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830억원 규모의 지분 손절매를 추진했다. 2위인 티브로드는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냉담한 시장 반응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업계 일각에선 각 회사들이 M&A에 대비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접고 내부 유보금만 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케이블TV 회사 임원은 “가격 등 조건만 맞으면 어느 업체라도 M&A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골든 타임’ 살려야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TV업계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선제적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활력을 잃고 고사 직전에 있는 케이블업계에는 M&A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한 때”라며 “파국적 결말을 맞기 전에 ‘탈출구(exit)’를 뚫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쳐 국가 경제의 부담 요인이 된 조선·해운업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 논리에 따른 유료방송 사업자 간 합종연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치고빠지는 외국 재무투자자보다는 국내 대형 통신사 자본이 유료방송시장에 더 건강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이정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