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 ‘기어VR’, 페이스북 ‘오큘러스 리프트’, 구글 ‘카드보드’.
왼쪽부터 삼성 ‘기어VR’, 페이스북 ‘오큘러스 리프트’, 구글 ‘카드보드’.
가상현실(VR)이 차세대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이 자체 VR 기기를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16일 구글이 18~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본사에서 갖는 개발자회의(구글 IO 2016)에서 VR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VR과 VR 헤드셋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VR이란 디지털 장치로 시각 청각 등을 자극해 사용자가 화면상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헤드셋과 360도 카메라 등이 활용되고 있다. 구글의 참여로 앞서 VR 기기를 선보인 페이스북 삼성전자 소니 HTC 등 글로벌 IT 기업 간 주도권 다툼이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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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형? 스마트폰형?

구글은 2014년 개발자회의에서 골판지와 플라스틱 렌즈로 구성된 약식 VR 헤드셋인 카드보드를 처음 내놓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등을 끼워서 쓸 수 있는 제품으로 가격은 30달러다. 기본적인 VR 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이어서 경쟁 제품인 삼성 기어VR 등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이 이번에 선보일 VR 기기에 대한 외신 전망은 엇갈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이 단독형 VR 헤드셋이 아니라 카드보드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끼워서 쓰는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스마트폰형과 단독형 두 가지 모두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은 VR 담당 인력을 강화하는 등 관련 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기업용 서비스인 구글 포 워크를 총괄하던 아밋 싱 부사장을 VR 담당 조직으로 옮겼다. 싱 부사장은 구글 앱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크롬북 등 다양한 서비스를 키운 주역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핵심 인물인 싱 부사장을 신생 조직인 VR사업부에 배치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과 기업 간 비즈니스(B2B)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앞으로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VR 콘텐츠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VR 경쟁 점화

구글이 VR 기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VR 기기 중 가장 많이 보급된 제품은 삼성전자 기어VR이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손잡고 개발한 이 제품은 갤럭시S7 등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가격(99달러)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VR 보급을 주도하고 있다. 오큘러스는 기어VR 판매량이 최근 10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오큘러스는 올해 초에는 PC 기반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도 선보였다. 대당 가격이 599달러로 높지만 해상도(4k)가 높고 시야각이 넓어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려면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카드(GPU)가 장착된 PC가 필요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소니와 대만 HTC도 최근 각각 플레이스테이션(PS) VR과 바이브 등 자체 VR 기기를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다.

IT업계 관계자는 “VR시장이 2020년까지 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