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캡틴아메리카:시빌워’에는 ‘VIVO(비보)’라는 브랜드명이 적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노출되는 장면이 많다. 주인공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쓰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도 VIVO라는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비보는 미국 회사가 아니다. 2011년부터 스마트폰을 제작한 중국 기업이다.
오포·비보…애플도 떠는 '중국 스마트폰 신예들'
비보와 오포(OPPO) 등 중국 2세대 스마트폰 회사들이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100%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레노버 샤오미 등을 밀어내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량 5위 안에 들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 1분기 세계 시장에서 18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5.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등에 이은 4위 성적이다. 오포의 연간 판매량 증가율은 153%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비보는 1분기 14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4.3%를 차지했다. 오포에 이어 세계 5위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123%에 이른다.

오포와 비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에 이어 나란히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빠른 성장세에 애플도 겨우 5위권에 턱걸이했고 삼성전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 최고 경영진 사이에서 이들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이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은 2012년 47%에서 올해는 34%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주요 10개사의 올해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5억5000만대로, 삼성·애플의 합계에 필적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포의 경쟁력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초저가 제품에 주력하는 샤오미와 달리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올려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오포 스마트폰 가운데는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제품이 적지 않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 앞면 카메라를 탑재한 ‘유라이크(Ulike)2’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앞면 카메라에 500만 화소를 적용한 것은 파격이었다. 2014년에는 두께가 4.85㎜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R5’를 내놓기도 했다.

비보도 저가 이미지가 아니라 프리미엄급 모델로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6기가바이트(GB) 램을 탑재한 ‘엑스플레이5’라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비보는 엑스플레이5를 홍보하기 위해 한류 스타 송중기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비보는 중국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 제품을 블록버스터 영화에 PPL(product placement:영화 드라마 등에 제품을 노출해 홍보하는 전략)로 알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비보 오포 등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역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