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토론회 "공공 분야 투자·국외 진출 확대로 국면 전환"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회의실. 방의 왼쪽·오른쪽 구석에 앉은 KIST 연구원 2명이 머리 착용형 디스플레이 기기(HMD)를 쓰자 이들 앞에 놓인 카메라형 로봇이 고개를 갸웃했다.

로봇이 방 건너편 상대방의 시선과 반응을 따라 하는 '아바타'(분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화 상대의 얼굴과 주변 환경은 로봇의 눈을 통해 가상현실(VR) 수준의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회의 파트너를 손에 닿을 듯 생생하게 느끼는 로봇 기반의 미래형 원격 회의 기기다.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원격존재)란 분야로 세계 각국에서 화상 회의의 대체재로 관심이 많다.

회의실 주변에는 사람 상반신 모습을 본뜬 흰색 로봇이 관람객을 반겼다.

㈜로보케어가 만든 간호 로봇인 '실벗3'로 상단 디스플레이로 사람 표정을 보여주며 환자의 인지·공감 능력을 실시간 확인한다.

김성강 로보케어 대표이사는 "치매나 자폐증 환자가 로봇과 대화하면 당사자의 상태가 세밀하게 기록돼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이 체크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아 북유럽에 이미 수출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통신·의료·국방 등 여러 분야에 '감초'처럼 끼어 신시장을 창출하는 지능형 로봇의 현황과 발전 전략을 살펴보는 '제19회 미래성장동력 오픈톡 릴레이'가 27일 KIST에서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지능형 로봇 업무를 맡는 부처 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가 참석해 아직은 초기 단계인 지능형 로봇 시장을 빠르게 '주류' 규모로 키울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창현 기계로봇과장은 "로봇은 제조·청소 로봇 외에는 핵심 제품군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의료·국방·안전 등 공공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 투자가 이뤄져 초기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미래성장동력 추진단의 서진호 지능형로봇 추진단장은 "좁은 국내 로봇 시장에서 사업화를 추진해서는 규모 경제 실현이 어렵다.

국제협력과 표준·인증 지원 등을 통해 국외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일홍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최정상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을 이긴 인공지능(AI) '알파고' 사례를 제시하며 이처럼 급발전한 AI가 지능형 로봇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결국 로봇은 '실제 세계에서 동작하는 AI'"라면서 "자율 학습과 실시간 판단 능력을 얻고 초고성능 센서 및 작동장치(actuator)를 탑재하면서 로봇은 현재 수준을 완전히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서는 또 SK텔레콤과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등 일선 기업들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동작하는 '소셜(교감 전문) 로봇'과 여러 무기를 연동 제어하는 국방 로봇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 로봇 산업은 2014년 기준 2조6천억원으로 이중 제조용 로봇 부문(1조9천700억원)이 74.3%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볼 땐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시장 규모가 4위 수준이다.

기술 역량도 비교적 상위권으로 미국·일본·유럽연합(EU)에 이어 4위권이며 선도국 대비 기술 격차는 평균 1.8년으로 추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