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혁 NASA 수석연구원 "NASA 노하우, 한국과 나눌 것"
영국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러시아 부호 유리 밀너는 이달 초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에 스마트폰 크기 소형 탐사선 1000개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초소형 우주선을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는 방법으로 레이저 광선의 힘으로 추진력을 내는 기술이 고려되고 있다.

최상혁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72·사진)은 “NASA는 이미 1980년대 순수 과학과 소재 연구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NASA와 인하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최 수석연구원은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로켓과 위성 개발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선에 사용되는 소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생태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가 몸담은 랭글리연구소는 1917년 설립된 NASA에서 가장 오래된 연구소다. 미국 초기 유인우주 프로그램인 제미니 계획, 아폴로 달탐사선을 비롯해 우주 탐사에 필요한 기초 소재와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 수석연구원도 1980년부터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스타워즈 계획에 참여했다. 지금은 화성 탐사선과 명왕성 탐사선에 들어가는 원자력 전지에서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熱電)소자’ 성능을 100배 높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상혁 NASA 수석연구원 "NASA 노하우, 한국과 나눌 것"
최 수석연구원의 삶은 영화 ‘옥토버 스카이’ 주인공의 스토리와 사뭇 닮았다. 1999년 개봉한 이 영화는 탄광촌 아이들이 독학으로 로켓을 만들어 훗날 NASA 과학자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집 앞 미군 부대 천막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고물상에서 버려진 탄피와 화약을 얻어 로켓을 개발했다. 인하대에 입학해 1964년 12월19일 인천 소래포구 해변에서 3단 고체로켓 IITA-7CR을 50㎞ 상공까지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학 3학년 때 로켓 발사 시범 요청을 받고 추진체(연료)를 제작하다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아픔을 겪었다.

최 수석연구원은 “로켓을 제작하다 한 손을 잃었지만 단 한 번도 로켓 개발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물리 교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고 NASA에 들어갔다.

최 수석연구원은 우주 개발은 끝없는 도전과 의지의 역사라고 했다. 일본은 1950년대 말부터 도쿄대를 중심으로 펜슬 로켓을 개발하며 오늘날 자국에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인도 역시 이때부터 꾸준히 로켓 기술을 쌓기 시작했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 뛰어들었지만 민간에서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한국도 일본, 인도처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실력을 쌓았다면 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NASA는 실패 속에서도 도전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