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굶어죽은 아기 공룡 연구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공룡은 모성애가 강한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새끼를 낳은 후 아예 돌보지 않는 공룡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혼자 쓸쓸한 죽음을 맞은 생후 100일 정도의 아기 공룡이 발견된 것이다.

맥캘리스터대와 워싱턴대 등 미국 연구팀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찾은 공룡 뼈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알에서 깨어난 지 39~77일 밖에 되지 않은 레페토사우루스(Rapetosaurus krausei)의 새끼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22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2~4년생 정도의 어린 공룡 뼈를 연구한 적은 있었지만, 사람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신생아'인 공룡의 뼈 조직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공룡은 성체보다 뼈가 약하기 때문에 화석으로 잘 남지 않는다.

따라서 어린 공룡의 화석 수는 성체 공룡의 화석보다 훨씬 적다.

라페토사우루스는 7천만 년 전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목이 긴 초식공룡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무려 15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가졌다.

'둘리 엄마'인 브론토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 공룡으로 친척뻘이다.

연구팀은 뼈 조직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아기 공룡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악어 등 파충류가 오랜 기간 굶으면 뼈끝에 연골이 커진 채로 굳는 특이한 부분이 생기는데, 이 공룡 뼈에도 같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융남 서울대 교수는 "어미 거북이는 알을 낳기만 하고 떠나고 새끼 중의 일부만 살아남는다"며 "라페토사우루스도 이와 비슷하게 새끼를 돌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발견된 프시타코사우루스(Psittacosaurus) 같은 경우는 어미가 꽤 오랫동안 새끼를 돌본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뼈 화석을 바탕으로 굶어죽은 아기 공룡의 몸무게가 40㎏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레페토사우루스가 알에서 깰 때는 신생아 무게 정도인 3.4㎏으로 알려졌는데, 몇 주 만에 몸무게가 10배 정도 늘어나는 '폭풍 성장'을 한 것이다.

동물은 체온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서 공룡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공룡의 체온을 알아보는데 도움을 준다.

가령 악어 같은 냉혈동물의 경우 천천히 자라지만, 사람 같은 온혈동물은 성장이 빠른 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