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은 티맥스의 꿈…'토종OS' 재도전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개발사인 티맥스가 PC용 운영체제(OS) 국산화에 다시 나섰다. 2009년 첫 독자 OS를 공개했다가 상용화조차 못하고 쓴맛을 본 지 7년 만의 재도전이다. 티맥스오에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품 발표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티맥스 OS’를 공개했다. 오는 7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10월 정식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모바일 OS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창업자인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60)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일부 글로벌 기업이 OS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표준기술이 없어 응용프로그램 개발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티맥스 OS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설립된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OS와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하는 SW),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티맥스데이터, 티맥스오에스, 티맥스클라우드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OS 국산화에 대한 집념

PC OS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약 23조원)다. MS 윈도가 95% 이상(국내 시장은 9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티맥스의 도전에 대해 “무모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자체적인 그래픽 기술을 확보하고 기존 OS의 보안 취약점을 해결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공개한 티맥스OS의 아키텍처(설계기술)부터 모든 기술 개발에 관여했다. 지난해 말 티맥스오에스를 설립하고 연구개발(R&D) 인력 180여명이 OS 개발에 매달려 왔다. 그는 “미들웨어, OS 등 시스템 SW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시장에도 빠르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광주상고 야간을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있다가 30대 중반에 유학을 떠나 미국 USC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귀국해 KAIST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97년 티맥스소프트를 창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라클 버금가는 기술력 평가

박 회장이 OS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티맥스코어란 회사를 설립하고 OS 개발을 추진하다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중도에 접어야 했다. 2009년 공개한 ‘티맥스윈도’의 완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채 2010년 이를 삼성SDS에 매각했다.

당시 티맥스소프트는 OS 분야에 대한 투자로 적자 규모가 커졌고 결국 2010년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때 2000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10분의 1로 감축하고 개발역량을 미들웨어 분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듬해 250억원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티맥스소프트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솔루션인 ‘티베로’와 미들웨어 제품인 ‘제우스’는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오라클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5억원, 영업이익 191억원을 달성했다. 이날 티맥스오에스는 OS뿐 아니라 오피스프로그램, 웹브라우저, 티맥스 통합개발플랫폼 등도 공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