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 빅뱅] "제2의 딥마인드 찾아라"…애플도 페북도 AI기술 확보에 '사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단숨에 글로벌 스타기업 반열에 올랐다. 딥마인드는 구글이 2014년 4억달러 넘게 투자해 인수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관련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삼성도 4차 산업혁명의 키를 쥐고 있는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유망 벤처회사 발굴에 나서고 있다.

15일 미국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인 엔젤리스트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를 유치한 AI 관련 스타트업만 761개에 달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3억1000만달러로 2011년(1900만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스콧 피닉스와 뇌공학자인 딜립 조지가 2010년 공동 창업한 AI 스타트업인 비카리우스는 사람의 뇌를 닮은 강한 인공지능에 도전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 등 미국 IT업계에 내로라하는 거물들과 삼성, ABB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이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7000만달러가 넘는다.

비카리우스는 실제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피닉스 공동창업자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이 연구하고 있는 AI(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대부분 1970년대 뇌과학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비카리우스는 그 이후 진전된 최신 연구 내용을 IT업계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수많은 이미지를 입력해 학습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지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코드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카리우스는 인터넷 회원 가입 때 사람과 기계를 구분하는 데 사용하는 캡차(CAPTCHA)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찌그러진 문자나 숫자를 섞어 놓은 테스트 이미지를 사람처럼 구별해냈다.

신시아 브리질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 등이 2012년 설립한 지보는 2014년 세계 최초의 가정용 소셜 로봇인 ‘지보’를 개발했다. 삼성벤처투자, LG유플러스, KDDI(일본 2위 통신사) 등으로부터 523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뚝이를 닮은 지보에는 고성능 컴퓨터가 내장돼 있고 액정 화면과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이 장착돼 있다.

사람과 대화하며 여러 명령을 수행하고, 화면을 통해 각종 정보나 감정을 표현한다. 개인 비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각종 놀이 기능도 갖췄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집안 내 각종 가전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용자의 생활 습관에 맞춰 방안 온도를 자동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월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스위프트키는 2008년 존 레이놀즈와 벤 메들록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딥러닝 기반 문장·단어 추천, 예상 맞춤법 등의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태블릿에서 더 빠르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탄 휠체어의 컴퓨터에도 설치돼 있으며 영어와 아이슬란드어, 아랍어, 웨일스어, 중국어, 인도어 등 전 세계 100여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인수한 퍼셉티오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및 판독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에 AI 기술을 넣어 외부 데이터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애플이 인수한 영국계 스타트업 보컬IQ는 음성 인식 기술에 특화된 기업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