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이세돌, 충격의 2연패…알파고 '변칙'에 당했다(종합)
[ 최유리 기자 ]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1국과 달리 안정적인 모습으로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에 대응했으나 시간 싸움에서 밀렸다. 알파고는 창의적인 수로 이 9단을 흔들며 파죽의 연승을 이어갔다.

10일 이 9단과 알파고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두 번째 맞대결에 나섰다.

이날 대국에선 전날과 돌을 바꿔 이 9단이 백돌을, 알파고가 흑돌을 쥐었다. 경기는 알파고가 둔 흑돌로 시작됐다. 알파고는 첫 대국에서 초반 장고를 거듭했던 것과 달리 수를 두는 박자가 빨라졌다.

특히 알파고가 3번째 수에서 소목을 차지한 것이 눈에 띄었다. 김승룡 프로 9단은 "알파고가 프로와의 대전에서 처음으로 소목을 뒀다"며 "소목 포석은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이라고 풀이했다. 현대 바둑에선 주로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양 화점 포석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알파고는 기존 바둑에선 볼 수 없는 수를 둬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수를 뒀던 1국과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변칙적인 수에 이 9단은 장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 평정을 찾고 알파고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평범한 수로 상황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어려운 수를 둬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던 전날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김 9단은 "알파고가 의문의 수를 두면서 승부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어졌다"면서 "다만 이 9단이 전날과 다르게 알파고에게 말려들지 않고 무난하게 포석을 두고 있어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를 시작한지 2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3시 백은 44집, 흑은 45집을 지으며 접전을 펼쳤다.
1국과 다른 모습으로 대국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알파고의 창의적인 수에 이 9단이 장고를 거듭한 결과다. 알파고가 1시간10분을 남겨둔 반면, 이 9단은 45분 가량을 남겨뒀다.

대국에서 두 기사는 전체 수를 둘 수 있는 시간을 각각 2시간씩 갖는다.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1분 내에 두지 않으면 시간패가 되도록 제한을 두는 것. 이에 따라 3시간30분 가량 진행됐던 1국과 달리 2국은 4시간30분 가량이 소요됐다.

유창혁 프로 9단은 "이 9단의 주특기는 상대를 고민하게 만드는 수를 둔다는 것인데 오늘은 알파고가 이 9단을 그렇게 만들었다"면서 "이 9단이 시간을 많이 써서 초읽기에 몰리는 모습"이라고 했다.

오후 5시 이 9단이 먼저 초읽기에 들어갔다. 장고를 둘 여유가 없어지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몸에 움직임이 많아지고, 표정이 한 두번 일그러지기도 했다. 시간패 1초를 남겨두고 아슬하슬하게 수를 두는 장면이 이어졌다.

오후 5시18분 이후 알파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간은 알파고의 편이었다. 30초 만에 바로 바로 착점을 찾으며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시간에 쫓긴 이 9단이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며 2연패를 당했다.

유 9단은 "알파고가 끝내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 9단이 전날과 달리 방어적인 작전을 펼쳤는데 오히려 그점이 패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2연패를 기록하면서 이 9단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이 9단 특유의 과감한 작전도, 전형적인 수법도 통하지 않으면서 그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남은 대국은 오는 12, 13, 15일에 이뤄진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