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중고나 리퍼브(보수를 거친 전시·반품 제품) 상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새 학기를 앞두고 최근 중고 노트북·PC 등의 온라인 거래 규모가 2~3배로까지 뛸 정도다.

9일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www.11st.co.kr)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트 내 중고 상품 전문관 '중고 스트리트'의 매출은 2014년보다 49%나 늘었다.

2012년 2월 첫 선을 보인 중고 스트리트의 연도별 매출 증가율(전년대비)은 ▲ 2013년 68% ▲ 2014년 50% ▲ 2015년 49% 등으로, 거래 규모가 거의 해마다 1.5배씩으로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고 도서 매출은 무려 2014년의 6.8배까지 급증했다.

11번가는 작년 하반기 유아동 중고 책(전집류)을 살균·소독 배송하는 서비스까지 진행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중고 오토바이 매출이 1년사이 58%나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정건길 11번가 중고용품 담당 상품기획자(MD)는 "노트북·휴대전화·TV·냉장고·세탁기 등 디지털·가전 기기 뿐 아니라 최근에는 고가의 오토바이까지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며 "중고 스트리트 외 11번가 각 카테고리에서도 많게는 정상가의 절반 수준까지 할인되는 전시상품, 리퍼브 제품 판매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G마켓(www.gmarket.co.kr)의 중고 제품(전시·리퍼브 포함) 판매량도 1년전보다 21% 늘었다.

품목별 증가율은 중고 카메라가 82%로 가장 높았고, 중고 휴대폰(48%↑)·모니터 및 프린터(29%↑)·컴퓨터 부품(27%↑) 등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 한 달(1월5일~2월4일) 사이에는 새학기 준비에 필요한 중고 데스크탑 PC, 노트북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3.2배, 2.2배까지 불었다.

중고 모니터도 35%나 많이 팔렸다.

옥션(www.auction.co.kr)의 중고 거래 전문 코너 '중고장터'의 판매량 역시 1년사이 22% 증가했다.

중고 가방·패션잡화(56%↑), 남성의류(42%↑), 공구·산업용품·포장재(31%↑), 휴대전화·스마트폰(17%↑) 등의 제품군에서 특히 중고 수요가 많았다.

G마켓은 중고 거래가 활발한 디지털 제품을 중심으로 간편한 '원클릭 중고 매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옥션도 중고장터 모바일 앱 기능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

오프라인도 폭증하는 중고 수요를 잡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제조업체의 '창고 할인' 형태와 비슷한 '팩토리 아웃렛(Factory Outlet)을 열면서, 시몬스·템퍼·다우닝 등 유명 가구 브랜드와 생활용품·식기·소형가전 등의 리퍼브 상품을 대거 갖췄다.

롯데백화점은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리퍼브) 전자제품들을 30~70% 싸게 판매해 조기 매진과 목표 매출 20% 초과 등의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G마켓 관계자는 "경기가 계속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다"며 "소비자들 사이에 만족만 얻을 수 있다면 제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중고도 거리낌없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