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는 개정을 추진 중인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판단해야 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행사에서 “법 개정과 관련 있는 이번 인수 건을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인수가 허가되면 SK텔레콤의 독점 현상이 심화돼 서비스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LG유플러스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권 부회장은 이번 인수 건을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방송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는 확실한 ‘2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반면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시장 경쟁에서 더욱 밀려날 수밖에 없다. 권 부회장의 발언은 이같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의 사활 건 절규…"SKT가 CJ헬로비전 인수땐 독과점 폐해 우려"
◆“인수하면 요금 인상될 것”

권 부회장은 이날 “방송법이 개정되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는 것은 법률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 개정 전에 인수가 허가된다면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통합방송법에 전국 방송사업을 하는 인터넷TV(IPTV) 회사가 지역 방송사업자인 케이블TV 업체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IPTV 회사인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케이블TV 회사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전문가 의뢰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방송통신 지배력 강화로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요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 뒤 3년 안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은 49.6%에서 54.8%로,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25.1%에서 40.0%로 급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부회장은 “통신 분야는 플레이어가 셋이라 1등 기업에는 매우 좋은 사업”이라며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있는데 SK텔레콤은 이번 거래로 땅도 안 짚고 헤엄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취지는 규제 없애는 것”

SK텔레콤은 이튿날인 15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LG유플러스 주장을 반박했다. 윤용철 SK텔레콤 PR실장(전무)은 “요금 인상 등은 정부 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임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방송통신 시장은 다양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일방적으로 요금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통합방송법 이슈와 관련해선 “통합방송법에 IPTV 회사의 케이블TV 지분 제한 규정이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고 현재 논의되거나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다”며 “통합방송법의 취지는 플랫폼 간 칸막이 규제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이후에도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유선전화 시장에서 KT가 1위를 지켜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