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고든 콘퍼런스 열어 세계 최고 연구기관 거듭날 것"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올해 설립 5년째를 맞는다. 연구단장 한 사람이 기간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연구비를 운영하는 명품 연구단,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1순위로 배출할 연구소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연구소로서 갈 길은 멀다.

김두철 IBS 원장(사진)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연구소가 자리 잡는 데 최소 10년의 세월이 걸린다”며 “지난 4년이 연구소가 자리를 잡아가는 설립 단계였다면 올해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S는 2012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와 함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IBS는 설립 초기 2021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50개 연구단, 박사급 인력 3000명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과학벨트사업이 난항에 부딪혔고 당초 대전 둔곡에 설립하려던 본원을 대전 유성 엑스포 전시장 부지로 옮겨야 했다. 연구단은 26개로 늘었지만, 본부와 일부 연구단은 셋방살이를 전전하고 있다.

“오는 6월 본원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부품 개발과 부지 조성도 시작합니다. 2017년 본원에 이어 2021년 중이온가속기가 완공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구소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한국판 고든 콘퍼런스 열어 세계 최고 연구기관 거듭날 것"
김 원장은 이달 초 신년사에서 IBS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계획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니셔티브)을 발표했다. 젊고 유능한 박사들을 데려오는 YS(young scientist·영사이언티스트) 프로그램은 그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유능하지만 자리가 없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젊은 박사들이 이 지역에만 5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IBS는 젊은 박사후연구원을 올해 10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50명을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계적인 전문 학술대회로 권위를 더해가는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를 모방한 국제 콘퍼런스를 열기로 결정한 것도 국제무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고든 콘퍼런스는 과학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릴 만큼 권위 있는 학술대회다. “올 7월부터 복잡계 화학·뇌 과학·노화 등 5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해 IBS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주요 연사들이 이전에는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는 학술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영향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도 둔화하는 추세다. 그만큼 성과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해 연구단별로 30억~100억원을 받아 자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하는 IBS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설립된 연구단이 내년에 처음 평가를 받지만 제도적으로 논문 수나 인용지수와 같은 정량적 평가를 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얼마나 중요한 아이디어를 내고, 얼마나 괜찮은 연구자를 양성했는지만 살펴볼 계획입니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연구를 방해하지 않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판 고든 콘퍼런스 열어 세계 최고 연구기관 거듭날 것"
IBS는 내년까지 30개 연구단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파리에서 채택한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기후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연구단도 포함했다. 김 원장은 노벨상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IBS 내 분위기를 소개했다. “IBS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인류에 공헌할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후보집단에 오르는 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하지만 노벨상은 어디까지나 부단한 노력에 더해지는 행운이자 명예일 뿐입니다.”

김두철 원장 프로필

△1948년 서울 출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물리학 박사 △뉴욕대 물리학과 연구원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학부장 △두뇌 한국(BK)21 사업단장 △고등과학원 원장 겸 계산과학부 교수 △IBS 과학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대전=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