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가 서울 오류동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갓 태어난 복제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경DB
황우석 박사가 서울 오류동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갓 태어난 복제견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경DB
‘복제소 연 100만마리 생산 프로젝트’는 황우석 박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황 박사는 연구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골든리트리버, 비글 등 복제견을 주로 주문생산하고 있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가축을 대규모로 생산한 적은 없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식용 복제소가 시장에 나오게 된다.

황 박사는 생명윤리법 위반 등으로 인간 줄기세포 연구가 차질을 빚자 그동안 동물 복제 연구에 매달려왔다. 인명구조견, 마약탐지견, 장애인 보조견, 반려견 등의 복제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 대상을 질병연구용 돼지와 소에 이어 상용 소 복제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동물복제 국제 특허 15건 획득

황우석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코요테.
황우석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에 성공한 코요테.
황우석 박사의 동물 복제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스너피)를 복제한 황 박사가 2005년부터 생산한 복제개는 550여마리에 달한다.

황 박사는 지난 3월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반려견 복제 주문이 20여건이나 왔다”며 “블룸버그비즈니스 등 해외 언론과 인터뷰한 뒤 올해에만 200여마리 의뢰가 들어왔다”고 했다. 평생 기른 반려견을 복제하는 데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황 박사는 난자에서 핵과 극체를 제거하고 복제할 대상의 체세포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동물을 복제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소의 난자에 유전적으로 뛰어난 소의 체세포를 집어넣어 우량 소를 생산하게 된다. 기존 자연 방식 교배로는 지속적으로 우량한 소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황 박사의 기술을 활용하면 품질 좋은 소를 꾸준하게 생산할 수 있다. 황 박사는 “추출한 난자의 유전자 정보를 복제할 유전자 정보로 바꾸는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에서 한두 곳밖에 없다”며 “현재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곳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뿐”이라고 했다.

○중국 생명공학회사와 합작

중국 보야라이프그룹은 황 박사가 가진 동물 복제기술 상용화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황 박사를 중국으로 초청해 합작회사를 세우자고 적극 제안한 곳도 보야라이프그룹이다. 이 그룹의 자회사인 잉커보야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줄기세포은행을 보유한 생명공학회사다.

보야라이프그룹이 소 복제 상업화에 주목한 이유는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고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만9000t 수준이던 중국 소고기 수입량은 이듬해 304% 늘어난 40만t을 기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쉬샤오춘 보야라이프그룹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질 좋은 소를 대량생산하는 게 목적”이라며 “중국이 점점 부유해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소뿐 아니라 탐지견 등 개, 각종 희귀 동물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세계 최대 동물복제공장을 세우는 게 목표다.

○복제소 안전성은 논란

복제를 통해 생산한 소고기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복제 소, 돼지 등 가축으로 생산한 식품이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는 견해다.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청(EFSA)은 복제 가축으로 생산한 고기와 각종 부산물의 안전을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복제 소고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동·식물 관련 생명공학의 발전을 농업 현대화를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복제 소고기 판매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소뿐 아니라 돼지 등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가축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와 윤희준 중국 옌볜대 교수팀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은 돼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