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횡단보도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지는 고정시간은 1m당 1초, 점멸시간은 1.3m당 1초다. 장애인·노인·어린이보호구역은 점멸시간이 0.8m당 1초로 더 길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의 걸음걸이가 느린 것을 감안해서다. 일반 보행자를 기준으로 한 상당수 횡단보도는 교통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행자의 걸음 속도를 감지해 그때그때 보행신호 시간을 결정하는 보행속도 연동 신호시스템이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찰청은 지난 8~10월 진행한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보행속도 연동 신호시스템을 제안한 고은혁 씨(인천대 3년) 등 18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일반부와 청소년부, 경찰관 부문에 총 314건의 아이디어가 응모됐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주성 씨(고려대 대학원 졸업)는 사람 수를 감지하는 센서를 골목 진입로에 설치, 범죄 위험이 큰 골목을 우선해서 보여주는 폐쇄회로TV(CCTV) 감시체계를 제안했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골목길에 사람이 진입하면 CCTV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방검장갑 기능을 하는 방검모자를 제안한 김민혜 양(행신중 2년)과 카메라 먼지떨이를 이용한 지문 채취 방법을 생각해낸 송재혁 군(청주고 2년)에게 돌아갔다. 김양은 방검장갑을 착용하는 데 시간이 걸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평소엔 머리에 쓰고 다니다가 위급할 때 벗어 방검장갑으로 활용하는 모자를 고안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이창훈 경감은 경찰청에 등록된 지문 이미지를 코드화해 치매 및 정신지체인, 노약자, 수배자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하는 시스템을 제안해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장대진 성동경찰서 상경은 간편한 앱(응용프로그램) 신고 시스템을 제안해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미래부와 경찰청은 이번에 제안된 아이디어를 향후 치안정책과 치안 연구개발(R&D) 시범사업 과제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