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구글 제쳐두고 네이버와 손잡은 까닭
올해 초 네이버 경영지원팀은 프랑스 주한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프랑스 문화통신부(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네이버와 함께 두 나라의 문화 교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화 교류는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끼리 협의하던 기존 관례를 깬 것이다.

네이버는 프랑스 문화통신부의 제안으로 지난 4일 문화 교류 협약(LOI)을 맺었다. 네이버 측에서는 김상헌 대표가 직접 나섰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프랑스 문화 콘텐츠 소개 △문화 유산 디지털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교류 활성화 등 세 가지다. 세계 문화 유산의 디지털화 작업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 정부가 구글이 아닌 네이버를 선택한 배경에는 플뢰르 펠르랭 문화통신부 장관의 적극적 지지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국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장관은 디지털부 장관을 지내 한국 IT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펠르랭 장관은 또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에 맞서 자국시장을 지켜낸 네이버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네이버는 그동안 국내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문화재 디지털화, 옛날 신문 검색 서비스인 ‘뉴스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네이버는 수백년 이상 된 프랑스의 고문서 디지털화 작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가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며 구글 측과 의견 차를 보인 것도 이번 협약이 네이버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 배경이다. 구글세란 각국 간 세율 차를 이용해 세 부담을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프랑스의 해’ 행사에 맞춰 영화 드라마 관광정보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TV캐스트’를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네이버를 통해 한국인에게 프랑스를 알리고, 네이버는 질 높은 프랑스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은 뜻깊은 시점에 프랑스 정부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국가 간 협력 및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