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무선 전력으로 달린다
전력공급선 땅 속에 설치
비용 줄이고 속도 높여
전기차를 보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 시간이 길고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만약 도로 정차구간에 무선 급속 충전장치를 설치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차량이 멈춰있는 20~30초 동안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다. 땅속에 설치되기 때문에 충전소 부지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조동호 KAIST 교수(사진)가 개발한 무선충전 교통시스템은 2013년 다보스포럼 10대 유망 기술로 꼽혔다.
현재 조 교수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무선충전 고속철도다. 전선을 훑으며 달리는 기존 고속열차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선이 출렁거려 전력 공급이 잘 안된다. 조 교수가 무선충전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각 역의 정차구간과 특정 가속구간에 무선충전 설비를 매설하는 것만으로도 유선 송전 방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가 궤도를 다시 깔아야 하는 데 비해 기존 고속철 궤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미 2013년 충북 오송의 노면전차(트램)에 기술을 적용했으며 현재는 최고시속 430㎞의 한국형 고속철 ‘해무’에 무선충전 기술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술 실용화과정에서 연구팀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세상에 없던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조 교수는 “30㎝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진행되는 무선충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고 말했다. 무선통신을 전공한 조 교수 눈에는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그는 매우 얇은 전선인 소선과 자심(코어)을 이용해 무선충전 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인증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국내 인증제도가 세계 표준을 따르고 있어 세계 최초 기술을 인증하기 어려웠던 것. 결국 2년이 걸려서야 겨우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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