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애플워치'…"名品의 아우라가 안보인다"
“스위스 시계산업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지난해 9월 애플이 애플워치를 소개하기에 앞서 디자인을 총괄한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이 자신있게 한 말이다. 지난 9일 애플이 애플워치의 세부 사양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이브 부사장의 호언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애플은 그간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이던 앤절라 아렌츠를 영입하는 등 애플워치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패션잡화로서 시계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시계가 단순히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 특히 스위스 시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명품의 영역에 있다. 판매량 기준 스위스 시계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5%에 불과하지만 매출 점유율은 54%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명품시계 업체 관계자는 “스위스 시계가 명품이 된 것은 2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갖는 감성적 요인 때문”이라며 “애플이 1900만원짜리 금장 에디션을 내놓는다고 해도 단시간에 명품의 아우라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운영체제(OS)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장세훈 시계 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미 프레드릭콘스탄트와 알피나 같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다”며 “기존 업체들과 상생하기 힘든 폐쇄적인 플랫폼으로는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같은 개방적인 OS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애플워치가 명품으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스위스 명품시계산업을 몰락시킨다면 600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손목시계 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