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매킨토시’ ‘보쉬 ABS’ ‘GM 온스타’ 인튜이티브 서지컬 다빈치‘…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요. 박종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각 기업의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가 크게 활약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표준을 확립하고 플랫폼을 장악한 제품”이라고 설명합니다.

곧바로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 Technology Evangelist?”란 의문이 제기될 터입니다. 때문에 박종석 책임연구원의 설명을 더 들어 보겠습니다.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합니다. 이를 또 매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마케팅 또는 영업활동 강화에 많은 힘을 기울이지요.”

그러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표준 확립 또는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한 시장선점”이라고 박 연구원은 강조합니다. 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테크놀로지 에반제리스트’라는 분석입니다. 이들은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흔히 ‘전도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이들이 하는 역할은 이렇습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하여금 자사 기술 플랫폼을 위한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설득하고 지원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기업 내부 임직원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미션도 수행합니다. 전문가 사이트를 통해 그들의 견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에반젤리스트들은 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사용자나 개발자의 입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지원도 합니다. 때문에 이들은 기업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가교자기도 하다는 얘깁니다.

박종석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IT분야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의 효시격 인물로 애플 매킨토시 성공을 위해 열정적인 전도사 역할을 수행한 ‘마이크 보이치’가 꼽힙니다. 그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눈길을 끄는데요.

잡스는 매킨토시 개발 프로젝트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탠퍼드 대학의 강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때 이 대학의 누군가가 마이크 보이치를 소개했고 잡스는 그를 채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음은 박종석 책임연구원의 보고서 요약입니다.

※테크놀로지 에반젤리스트 교과서 ‘애플’ = 마이크 보이치는 애플에 합류해 매킨토시 컴퓨터를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개발자들을 설득해 매킨토시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놓도록 설득하는 작업에 주력해 성공적인 수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애플에서 두 번째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한 인물은 가이 가와사키 Guy Kawasaki. 마이크 보이치가 그를 애플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역할 또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독려하고 매킨토시를 대중에 홍보하는 것. 이들의 도움에 힘입어 매킨토시는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유 복장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한 고 스티브 잡스 회장

/특유 복장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한 고 스티브 잡스 회장


상업적으로 에반젤리스트 활동을 적절하게 잘 활용했던 인물은 스티브 잡스다. 전문 인력을 에반젤리스트로 고용해 최대한 활용한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특유의 검정색 복장과 철저하게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 같은 에반젤리스트 활동을 통한 애플의 열성팬 확보는 비단 소비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애플 제품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도 포함했다. 애플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많아질수록 애플 생태계는 더욱 강력해지고 영향력 또한 더 커져갔다.

※보쉬의 ABS = 자동차 성능이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된다.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신중하며 검증 기술을 선호한다. 새로운 기술이 파고들 여지가 적다. 이런 사정의 자동차업계에서 에반젤리스트 활동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보쉬의 ABS[Antilock Brake System]을 꼽을 수 있다.

보쉬 에반젤리스트 활동은 완성차업체, 정부기관, 시험/인증 기관, 소비자로 나눠져 수행됐다. 보쉬는 다년간의 시험결과와 공인된 시험기관 데이터를 활용해 ABS가 운전자 안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실험결과에 기반한 데이터를 활용한 설득활동을 통해 벤츠와 BMW가 고급 승용차에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표준시스템으로 정착했다. 차별화와 고급화 이미지를 원하는 완성차 업체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졌다.

※GM의 온스타 = GM의 자회사로 1995년 설립된 온스타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온스타 서비스 플랜에 가입한 운전자는 비상호출, 차량 점검, 내비게이션, 도난 차량 추적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온스타는 기업과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데 공을 들였다. 온스타 에반젤리스트 활동의 대상이 된 이해관계자론 모회사 GM, 다른 양산차 업체로 구성된 파트너사, 자동차 보험회사, 소비자.

GM엔 텔레매틱스 기술을 도입할 경우 고객과의 1대1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고객관계관리 효과를 통해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고 집중 설명했다. 보험회사인 GMAC Insurance에는 온스타 서비스 가입 차량의 도난율이 낮다는 것과 사고 차량의 상태 및 위치 정보 제공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적극 알렸다.

온스타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GM 뿐 아니라 아우디, 렉서스, 폭스바겐 등 다른 양산차업체로도 확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1996년 1100명에 불과했던 가입자수가 2004년에는 2백만명, 2011년에는 6백만명으로 증가했다.

※다빈치 수술로봇=의료업계의 경우 이해관계자 사이 구도가 복잡하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새 제품이나 기술의 검증절차가 철저하고 까다롭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수술로봇의 경우 핵심 오피니언 리더와 밀착 협업하고 환자에게는 장점을 홍보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사례.

핵심 오피니언 리더그룹의 연구 지원은 물론 의료기기업체의 마케팅 경험 인력을 영입하고 이들을 통해 의료 커뮤니티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 FDA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를 승인할 경우 신 의료기술 도입을 통해 공공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풍부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알렸다.

수술 부위별로 별도의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치는 대신 최초 허가 이후 추가 분야에 대해서는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드라마나 영화의 PPL광고를 통해 환자에게 직접 수술 로봇에 대한 개념을 노출했다. 그러자환자들이 직접 의사에게 로봇 수술을 요청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병원입장에서도 첨단 이미지 강화 차원에서 로봇 수술을 도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성공적인 에반젤리스트 활동을 위한 조건 = 1. 추상적인 활동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설정 [기업의 달성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세부 활동이 정의된다.] 2. 기술과 시장을 아는 인재의 확보 [해당 에반젤리스트 조직을 역량 있는 전문가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3. 외부와의 열린 소통 [에반젤리스트가 외부와 소통하는 방식에는 제약이 없다. 컨퍼런스에서 강연, 커뮤니티 활동, 기업과 소비자/개발자 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소통과 지원이 꼽힌다.] 4.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 [에반젤리스트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반젤리스트 본인이 신념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한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