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소비자 집단분쟁 조정 신청"…"고의 아니니 괜찮다" 반응도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10배 보상을 약속한 것과 관련해 많은 가입자들은 "실제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치는 보상 기준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휴대전화가 경제적 활동에 직결돼 직접 피해를 본 업계 종사자들은 해당 보상안이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는 아우르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퀵서비스 기사인 이모(52)씨는 23일 "통신장애가 있던 때 일을 전혀 하지 못해 일부 기사들은 평균 4만∼5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며 "보상안에 따르면 4천원 정도 밖에 못 받게 되니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업체 측으로부터 고객들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전달받지 못했고 주소를 알아도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아 찾아갈 수 없었다"며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보이지 않는 피해도 입었다"고 호소했다.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인 주모(29·여)씨는 "고객과 통화가 안 되고 대리기사가 전화를 걸거나 받지 못해 콜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콜이 하나 취소되면 최소 수천원에서 수만원까지 피해를 보는데 수천원씩만 보상해주겠다는 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가 일상생활 전반에 연결되어 있어 이번 불통사태로 여러 가지 피해를 본 일반 시민 역시 보상안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영업자인 이모(58)씨는 "통신장애가 난 날 저녁 함께 골프를 치러 가기로 한 일행 중 1명이 갑자기 못 나오게 됐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SK텔레콤을 초창기부터 써온 VIP 회원인데 이런 불편은 처음"이라며 "보상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지 받은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이모(26·여)씨는 "독립해 살아서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꼭 부모님께 전화하는데 그날은 복구될 때까지 연락을 못 해 걱정을 끼쳤다"며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니 집에 유선 전화기를 하나 설치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다만 SK텔레콤이 기존 관행과 달리 적극적으로 선제 보상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콜택시 운전기사인 이석채(65)씨는 "통신장애로 2∼3개 콜을 못 받아 손해 본 금액이 5천∼6천원 정도 될 것"이라며 "그래도 고의로 한 일이 아닌 만큼 얼마라도 보상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SK텔레콤이 더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와 금융소비자연맹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보상안은 하루 일당을 날렸거나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없다"며 "특히 SK텔레콤 가입자와의 연락이 절실했던 KT나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피해를 완전히 외면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통신장애가 발생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는 대리기사들이 일을 가장 많이 할 시간"이라며 "능숙한 대리기사들은 6만∼8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SK텔레콤이 고작 4천355원을 보상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리기사 50여명과 SK텔레콤 가입자 50여명, KT 및 LG유플러스 가입자 50여명을 모아 소비자원에 소비자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하고 제대로 된 보상과 사죄,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통신소비자협동조합과 전국대리기사협회, 이동통신피해자연대도 동참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보상안을 선제로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소송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언제든지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는 만큼 SK텔레콤이 앞으로는 신청 여부에 상관없이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가입 약관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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