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年5천억 '모바일 콘'…선물 문화도 바꿨다
“지금까지는 돈으로만 줬는데 이번엔 직접 선물을 골라봤어요.”

직장인 오유선 씨(39)는 올 봄 대학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프랑스 브랜드인 ‘랑방’에서 나온 작은 향수 하나를 보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를 통해서였다. 그는 “조카랑은 카톡으로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사이”라며 “이제 어여쁜 여대생이 됐으니 연애도 잘 하라는 의미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전진권 씨(28)는 회사 선배로부터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받았다. 갑자기 회사 야간당직을 바꿔 달라는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당직 날짜를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조그만 거라도 보내주면 자연스레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모바일 상품권이 한국의 선물 문화를 바꾸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선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거리의 제한도 없다. 이한석 상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선물 주기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머리 아픈 일이었다”며 “소액의 상품을 부담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선물을 주는 게 즐거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상품권은 카카오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밴드, 다음의 마이피플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쿠폰이다. 휴대폰 메신저로 스타벅스 카페아메리카노 쿠폰을 받았다면 이를 오프라인 매장에 보여주고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2010년 12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선물하기’ 기능이 생기면서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는 2011년 1000억원에서 2012년 3000억원, 지난해에는 5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