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1번'美서 특허 등록…황우석 '와신상담 10년'…줄기세포 연구 부활하나
“참 다행이다. 긴 세월 우여곡절 끝에 인정을 받았다. 맞춤형 줄기세포가 언젠가는 상용화될 것이다.”

미국 특허청이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사진)팀이 10년 전 만든 ‘1번 인간배아줄기세포(NT-1)’ 특허를 등록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 전 교수가 했다는 말이다.

황 전 교수의 제자이자 대변인인 현상환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11일 “지방에 머물고 있는 황 전 교수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황 전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상용화되는 그때 우리가 했던 연구가 중요한 원천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현 교수는 황 전 교수가 파면된 이후 지인들이 돈을 모아 2006년 7월 설립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자문교수단장도 맡고 있다. 현 교수는 “통화 내내 황 전 교수는 깊은 감회에 젖어 있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美 특허 받은 ‘NT-1’

'배아줄기세포 1번'美서 특허 등록…황우석 '와신상담 10년'…줄기세포 연구 부활하나
황 전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6년 논문 데이터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구 결과물 전체가 부정당했고, 교수직에서도 파면됐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 “황 전 교수팀이 복제했다고 발표한 NT-1은 처녀 생식을 통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NT-1은 황 전 교수팀이 복제했다고 발표한 ‘사람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 핵을 난자에 넣어 복제한 줄기세포다.

황 전 교수팀은 “세계 최초의 체세포 핵 이식 줄기세포”라는 주장을 아직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에 NT-1 등록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과학적·윤리적 문제를 들어 등록 자체를 거부했다.

미국 특허청은 이날 황 전 교수 등 15명이 낸 체세포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등록번호 8647872)에 대한 물질특허와 방법특허를 인정했다. 황 전 교수가 설립한 줄기세포 연구 비상장회사 ‘에이치바이온(H Bion)’을 특허권리자(상용화할 경우 로열티를 받는 주체)로 특허를 내줬다.

등록증에 따르면 황 전 교수팀은 이 특허를 2011년 12월9일 신청했다. 물질특허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물질에 대해, 방법특허는 그 물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동남아서 인간 줄기세포 연구”

황 전 교수의 현재 직함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에이치바이온 대표’ 두 개다. 에이치바이온은 황 전 교수가 사비를 들여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줄기세포 화장품 ‘드라셀’을 개발해 올해 유럽 미국 등에 시판을 앞두고 있다.

황 전 교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40여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국제저널에 20여편 이상의 논문을 실었다. 외부에서 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팀은 5개로 130여명 정도가 황 전 교수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연구진과 함께 뉴시베리아 섬에서 매머드 암컷 사체를 발견해 동결된 체세포 복원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반려견 복제 상용화에 근접하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교수는 한 달에 1~2주 정도는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 등에 출장을 간다고 한다. 현 교수는 “황 전 교수는 동물 복제에서만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인간 줄기세포 연구는 정부 승인을 얻지 못했다”며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가서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황 전 교수는 소규모 연구모임 강의를 하기 위해 지금 지방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황 전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사람들 중 일부는 ‘줄기세포 복제가 가짜였다’는 서울대 조사결과를 뒤집는 연구 작업도 진행 중이다.

◆황우석 컴백 가능성은

황 전 교수가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하려면 질병관리본부 산하 연구계획심의위원회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심의위에서는 연구계획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이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도 함께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지금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윤리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며 “여론을 지켜봐야겠지만 황 전 교수가 참여하는 연구를 복지부가 허용해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특허청이 인정한만큼 황 전 교수가 연구를 재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매듭을 지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배아줄기세포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5일쯤 된 수정란에서 만들어지는 세포.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이 배아줄기세포에서 자란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손상된 장기나 신체조직을 재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