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黃의 법칙'은 글로벌·창의와 혁신·융합…황창규의 KT, 실적 부진 계열사 대수술 예고
국내 대표 통신기업인 KT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사진)이 내정되면서 KT에 한바탕 혁신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황 회장 내정자는 17일 서울 시내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보고를 받는 등 업무 파악에 나섰다. 그는 전날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의 선정 발표 후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영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 ‘창의와 혁신’ ‘융합’ 을 제시했다. 앞으로 혁신과 변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유선의 새로운 가치 찾겠다”

황 회장 내정자는 CEO추천위 심층 면접에서 KT의 경영혁신 방향과 경영 포부 등을 상세히 밝혔다.

내정 후 KT 사외이사와 가진 심야 회동에서도 경영 정상화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유선통신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KT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추천위 관계자는 전했다.

인터넷TV(IPTV)처럼 유선을 활용한 새 서비스를 창출해 통신망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KT는 유선전화 가입자가 급감하면서 유선 매출이 매년 수천억원 줄어들고 무선 경쟁력까지 추락하면서 가입자 이탈이 극심한 상황이다.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뛰어난 유선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게 황 회장 내정자의 판단이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 내정자는 통신 분야 경험은 없지만 국가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내 ICT산업에 대해 깊은 이해와 비전을 갖고 있다”며 “KT의 유·무선망과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ICT 비즈니스 창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黃의 법칙'은 글로벌·창의와 혁신·융합…황창규의 KT, 실적 부진 계열사 대수술 예고

◆탈통신 사업도 수술 불가피

전임 이석채 회장은 ‘탈(脫)통신’을 기치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취임 전 30개 정도였던 계열사를 53개까지 늘렸다. 그룹 매출은 커졌지만 이익은 늘지 않았다. 시너지 창출보다는 통신 사업 부진을 비통신 계열사 실적으로 메우는 데 급급했다. 황 회장 내정자는 시너지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탈통신 및 융합사업에도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 시절 ‘스마토피아(Smartopia) 혁명’을 강조했다. 산업혁명, PC혁명, 모바일혁명에 이어 각종 기기가 스스로 알아서 인간이 느끼는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는 스마토피아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 내정자는 IT 중심의 융·복합 역량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며 “사물인터넷(IoT) 등 IT와 다른 산업과의 융합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식 경영스타일 접목

KT가 황 회장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사업에 대한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한 사외이사는 “현재 KT는 기술 전문가가 와서 뚫고 갈 상황이 아니다”며 “폭넓은 기업 경영 경험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성과가 미미하고 양해각서(MOU) 수준에 그치는 글로벌 사업을 정리해 성과 위주로 재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 회장 내정자는 KT의 혁신도 강조했다. KT는 직원만 3만2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특히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을 더 쓰는 인력 구조가 KT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했지만 아직도 화학적 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영입한 ‘올레KT’와 ‘원래 KT’(기존 임직원)로 분열된 조직을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삼성의 인사 스타일을 도입해 KT에 인사 쇄신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높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