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신임 회장 후보는 통신 전문가보다는 통신·비통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 관계자는 “KT는 더이상 통신기업이 아니라 계열사만 50개가 넘고 통신과 비통신 비율이 6 대 4 정도인 그룹”이라며 “통신은 물론 금융·미디어·부동산 등 비통신 분야까지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21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은 내부 전문가에게 맡겨도 된다”며 “KT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거대 조직을 이끌 경험과 연륜,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와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KT 이사회는 지난 18일 CEO추천위를 구성하면서 정보통신 외 다른 분야에 대한 경영능력과 식견, 개혁과 혁신 등의 항목을 심사 기준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정관에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 △경영 경험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 △정보통신분야 전문성 등 네 가지를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다. 개혁과 혁신이란 항목이 추가되면서 KT 내부 출신보다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도 KT의 개혁을 위해 외부 인사 중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권에서 이석채 전 회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에너지를 소비했는데 그 자리를 경량급 인사로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하마평이 돌고 있는 전직 차관급 관료나 KT 출신 인사들보다는 좀더 무게감 있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주파수 정책 등을 놓고 KT가 정부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며 “각종 사업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력관계가 중요한 만큼 CEO추천위가 이런 점도 고려해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추천위는 오는 25일 회의를 열고 후보선출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한다. 추천위 관계자는 “공모와 함께 추천위에서 후보자를 따로 물색하고 헤드헌팅업체 등으로부터 추천도 받을 계획“이라며 ”이를 병행한다면 일정이 크게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위는 올해 안에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임시주주총회는 소집 공고, 주주명부폐쇄 등 절차에 시간이 필요해 내년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