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소비자들이 알뜰폰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홈플러스에서 소비자들이 알뜰폰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알뜰폰 판매가 쑥쑥 늘고 있다. 도입 초기 통신비가 싸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지도 탓에 부진했으나 최근 시장이 비교적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 10월엔 월 가입자 증가폭이 3위 통신업체인 LG유플러스를 넘어섰다. 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있었던 1월을 제외하면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마트 우체국 등으로 판매망을 다변화한 것이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보조금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도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3사의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싼 휴대폰을 찾는 소비자가 알뜰폰으로 몰린 것이다.

○틈새에서 주류로

싼 휴대폰 통했다…'승승장구' 알뜰폰
SK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망을 빌려서 서비스하는 알뜰폰은 통신비가 30~40% 싼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2011년 7월 알뜰폰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통신 3사로 굳어진 유통구조를 깨고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도입 초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알뜰폰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휴대폰 단말기 종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여간 틈새에 머물던 알뜰폰 업체들은 최근 주류를 위협하고 있다.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는 4만7451명 늘었다. LG유플러스 가입자 증가폭(3만5649명)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 가입자는 각각 5만4417명, 2만8683명 감소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말 58만명이던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127만600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연말엔 250만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알뜰폰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1%에서 지난해 2.3%로 늘었다. 올해 말엔 4.6%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알뜰폰 시장 규모는 가입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예상했다.

○유통망 다양화가 요인


유통망 다양화가 알뜰폰 성장을 이끌었다.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알뜰폰 업계는 지속적으로 유통망 확대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하이마트 등 가전업체를 판매망으로 확보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선 우체국과 이마트 등으로 확대했다. 조만간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에서도 알뜰폰을 살 수 있을 전망이다. 최신 스마트폰 등으로 휴대폰 종류를 확대한 것도 구매 계층의 폭을 넓혔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우체국 등에서 알뜰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중심의 판매망을 일반매장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알뜰폰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정부의 보조금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라는 시각도 있다. 통신 3사에 대한 보조금 규제가 강화된 틈을 타 규제를 받지 않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보조금을 뿌려 가입자를 끌어모았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업체 가입자는 올 들어 매월 꾸준히 2만7000~4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에서 자유로운 알뜰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독식 논란도


알뜰폰 시장이 커지자 견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알뜰폰 시장을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 사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알뜰폰을 중소기업 적합 품목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대기업 계열 사업자들의 가입자 증가분이 전체 알뜰폰 가입자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와 관련, “알뜰폰 사업에 골목상권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중소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알뜰폰 도입의 주요 취지는 통신요금 인하에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