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KT 회장, '3대 불가' 조건
이석채 회장 퇴임 후 시중엔 KT 회장 하마평이 무성하다.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사람만 전직 장·차관, 삼성 출신 경영자 등 10여명에 이른다. 누구는 여당 실세와 친하다거나, 누구는 청와대 유력인사에게 이미 줄을 댔다는 소문이 돌고 돈다. KT 주변에선 이런 사람들을 ‘갈래KT’라고 부른다. 과거부터 KT에 근무했던 ‘원래KT’와 이 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이후 영입된 ‘올레(Olleh)KT’에 이어 새로 KT 입성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업계에선 ‘갈래KT’ 중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내기를 걸기도 한다.

신임 KT 회장의 자격 조건을 놓고도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건 있다. ‘이런 사람은 절대 안된다’는 불가 조건이다. 이번 주부터 가동될 KT의 ‘회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참고하도록 3대 불가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뛰는 사람'은 우선 배제해야

첫째, KT 회장이 되려고 여권에 부탁하고 다니는 사람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 그들의 능력 여부를 떠나 그렇다. 청와대 등 정치권에 신세를 지고 KT 회장이 되면 권력의 인사청탁을 거절할 수 없다. KT 최고경영자(CEO)가 정권 초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중도 퇴진하는 근본 이유 중 하나가 인사다.

계열사만 52개에 달하는 KT 회장이 좌우할 수 있는 자리는 100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청탁이 많다. 그걸 받아주다 보면 다음 정권에서 물갈이 수요로 KT 회장을 흔드는 악습이 거듭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치권으로부터 인사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KT 회장 자리를 ‘꿀단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안 된다. 이 전 회장은 연봉이 30억원대(KT 주장은 20억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이 아이폰 도입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난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챙겼다”는 것이었다. KT 회장의 적정 연봉이 얼마냐는 별개 문제다. ‘낙하산 회장이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다고?’ 하는 순간 여론은 돌을 던진다. 아마 신임 KT 회장의 첫 번째 결재는 자신의 연봉 삭감안이 돼야 할지 모른다. 그게 ‘KT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추천위 독립적 결정이 중요

마지막으로 독단적 경영자는 배제해야 한다. KT는 5년마다 ‘CEO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멍들었다. 직원들도 ‘네 편, 내 편’으로 갈려 골이 깊다. 이 전 회장의 검찰 수사 때 혐의자료도 모두 KT 내부 제보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조직을 독불장군식 경영자는 추스르기 어렵다. ‘원래KT’든, ‘올레KT’든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신임 회장에겐 필요하다.

이런 불가 조건을 통과했다고 누구나 KT 회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자리가 결코 간단치 않다. 매년 6000억원씩 감소하는 유선전화 시장을 방어하면서 임직원 6만여명(계열사 포함)을 먹여살려야 한다. 민주노총(KT 2노조, 언론노조)의 공세도 견뎌야 한다. 2009년 KT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이 전 회장은 민주노총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이 전 회장에 대한 고발도 민주노총이 주도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과제를 풀어야 하는 KT 회장엔 신(神)이 와도 어려울지 모른다. 회장 추천위원회의 심사숙고와 독립적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갈래KT’들은 자신 없다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제2의 이석채’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차병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