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이 지난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KT의 ‘CEO 리스크’가 5년 만에 현실화됐다. 이 회장이 KT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감안할 때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은 4일 오전 KT 서초사옥으로 정상 출근했다. 전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듯이 “후임 CEO가 정해질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이메일에서 주요 경영과제로 인력 구조조정과 임원 20% 감축, 배당축소 등을 제시했다.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이 회장은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더 쓰는 인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임원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안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30여명인 상무급 이상 임원을 100명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 재임 중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이 30여명에 이른다.

통신업계에서는 외부 영입 인사들의 연쇄 사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남중수 전 사장이 퇴임하면서 그의 재임 시절 영입인사들이 대부분 퇴사한 것을 고려하면 이 회장의 영입인사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T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사회는 물론 주요 임원들에게 있으며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인지해야 한다”며 주요 임원들의 인책론을 거론했다.

이 회장이 주요 경영과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실제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이미 사의를 표명했고, 검찰 소환조사도 예정된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T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의 거취와 관계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