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애플 편들기'…보호무역주의 논란 커져
미국 행정부가 ‘두 국가 간 형평성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삼성전자에만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근거는 ‘프랜드(FRAND) 원칙’이다.

프랜드 원칙이란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표준특허는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사용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유럽 전기통신표준협회의 조항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이 침해했다고 판정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표준 특허(특허번호 348)다. 반면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이어폰 플러그 내 마이크 인식 특허(501), 휴리스틱스(949) 등 일반 상용 특허다.

필수 표준특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있어 피해갈 수 없는 특허이기 때문에 ‘공유’가 불가피하지만 상용특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특허를 침해한 쪽에 더 많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ITC 측에 항고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 △미국 정부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논란 △표준 특허에 대해 애플이 적당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집중적으로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USTR) 측은 지난 8월 ITC의 애플 아이폰에 대한 수입금지 처분을 거부하면서 “미국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삼성 제품에도 충분히 해당될 수 있는 얘기다.

이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처분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현재 생산, 판매하고 있는 해당 제품에는 문제가 된 특허를 우회한 새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갤럭시S·S2·넥서스 등 해당 제품은 거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구형 제품이기도 하다.

다만 삼성이라는 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서 애플의 고유 기술을 베끼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뒤 ‘수입 금지’ 처분까지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미 행정부의 결정이 내년 3월부터 법원에서 다시 진행되는 양사 간 2차 소송에 미칠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마이크 인식 특허, 휴리스틱스 특허 등은 2차 소송에는 포함되지 않는 특허들이기 때문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