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끝나지 않은 '주파수 전쟁'
이동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LTE(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지난달 말 끝났다. 통신 3사의 명운을 건 ‘쩐(錢)의 전쟁’은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짜고 친 고스톱’처럼 모두 실속을 챙겼다고 자평했다. 경쟁사에 특정 주파수가 넘어가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경매는 끝났지만, 후유증이 만만찮다. 통신사들이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KT는 기존 LTE 주파수와 인접대역을 묶어 이달 중 두 배 빠른 ‘광대역 LTE-A’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다른 주파수를 묶어 서비스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A보다 낫다며 경쟁사들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주파수 확보를 계기로 그간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쟁사들은 LTE-A가 아닌데도 ‘광대역 LTE-A’라는 용어를 썼다며 소송하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거짓말 난무한 주파수 경매

KT는 경매 전 ‘불량 주파수’라던 900㎒ 대역을 활용해 LTE-A도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잘 안 터진다”고 시연회까지 열었는데 결과적으로 경매를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KT가 주장한 ‘재벌기업의 담합’도 없었다.

SK텔레콤도 KT와 달리 자신들은 광대역 LTE 조기 상용화가 어렵다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나 경매 후엔 KT와 비슷한 시기에 광대역 LTE 전국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KT 인접대역의 경제적 가치가 7조원에 이른다던 경쟁사들 주장도 과장됐다는 분석이다. 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가면 망할 것처럼 떠들던 LG유플러스는 2.6㎓가 ‘기회의 땅’이라고까지 했다. 가장 넓은 80㎒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경매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신경전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의 헐뜯기, 흑색선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신업종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런 업계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른다. 한 회사가 서비스를 발표하면 “우리도 한다”고 자료를 내 물타기를 하고, 기자간담회 날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다.

소비자 뒷전, ‘그들만의 리그’

관료와 정치권 출신이 요직을 맡아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로비전을 활발히 펼치는 곳이 통신업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공무원은 “통신사들이 자신들이 불리한 정책에 대해서는 뒤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국회를 통해 압력을 넣어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노조까지 나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추를 자임하는 통신산업의 현주소다. 통신산업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규제산업이다. 자신의 입장을 정부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경쟁하는 다른 기업들이나 국민에게는 한가하게 비쳐질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은 ‘5 대 3 대 2’ 구도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싸우다 보니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 문제는 소비자는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총 2조4000억원이 훨씬 넘는 주파수 대금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통신사들이 속도가 두 배 빨라져도 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쟁사를 깎아내리기보다는 촘촘한 망 투자와 고품질 서비스로 광대역 LTE 경쟁을 펼치는 게 필요하다. LTE-A는 벌써부터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양준영 IT과학부 차장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