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장 100조 시대 - (4) 게임 산업

한류 확산의 견인차 역할…전체 콘텐츠 수출 55% 차지
中선 토종 '크로스파이어' 열풍…PC방 점유율 1위 등극
게임을 술·도박처럼 취급…규제가 시장 활력 떨어뜨려
게임인력 10만명이 年 2.6조 수출 '황금알'

“중국에서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10여년 전 한국에 불었던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서상봉 스마일게이트 대외협력실장)

크로스파이어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 임직원들은 요즘 자주 싱글벙글한다.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인기 절정의 국민 게임으로 등극하면서다. 2010년 816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이 지난해 201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에 부는 크로스파이어 열풍

게임인력 10만명이 年 2.6조 수출 '황금알'

베이징 상하이 난징 등 중국 대도시 PC방에서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크로스파이어’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게임이 PC방 매출 1위다. 지난해엔 전국적인 행사로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CFPL)가 생겼다. 작년 10월 중국 베이징 GTV스튜디오에서 열린 CFPL 결승전 녹화에 10~20대 관람객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을 정도다. 이들은 결승전을 직접 보기 위해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이 같은 흥행 덕분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했다.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게임이 한국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게임, 콘텐츠 수출 절반 차지

‘한류’라고 하면 대부분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실속 있는 한류는 바로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업체들의 게임 수출액은 23억7807만달러(약 2조6000억원)다. 음악(1억9611만달러)과 영화(1582만달러)를 모두 합쳐도 게임 수출액의 10%에도 못 미친다. 전체 콘텐츠 수출액 43억201만달러 가운데 게임이 절반 이상(55.3%)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회사는 이미 대표적인 수출 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조5275억원의 매출을 거둔 넥슨의 한국 매출 비중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45%)과 일본(18%) 북미(5%)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넥슨은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에 이어 PC방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올 하반기 중국에 정식으로 공급할 예정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은 개발비만 600억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이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경광호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게임은 다른 콘텐츠와 달리 현지 문화에 맞게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어 수출에 유리하다”며 “블레이드앤소울도 중국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100가지 이상의 콘텐츠를 추가하고 1만5000여건의 중국어 음성 더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안팎에서 가해지는 압력

중국 PC방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한경DB

중국 PC방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한경DB

하지만 게임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강화, 외산게임의 공세, 중국 정부의 견제 등이 이겨내야 할 걸림돌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마찬가지로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행위로 규정하고 관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이다.

밤 12시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게임을 차단하는 셧다운제 확대, 문화체육관광부의 웹보드 규제 강화 등 올초부터 게임산업을 옥죄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가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아 국내시장도 외산 게임에 내주는 추세다. 국내 PC방 점유율에서 리그오브레전드(43%) 피파온라인(8%) 등 외산게임 12종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반면 중국 게임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른 속도로 덩치와 실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판호’라는 쿼터제를 통해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게임의 숫자를 조절하고 있다. 외국 온라인 게임은 반드시 중국 업체를 통해서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게 했다. 이 덕분에 실력을 키운 텐센트나 샨다 등은 자체 개발 게임을 늘리는 한편 거꾸로 한국 게임 업체들을 인수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한 게임개발자는 “게임을 범죄나 마약처럼 취급하다 보니 요즘에는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권헌영 광운대 법대 교수는 “게임산업이 굉장한 효과를 내고 있고 창조경제의 한 뿌리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게임은 나쁘다는 인식 때문에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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