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신종균-저커버그와 7시간 마라톤 회의…"IT 산업 폭넓게 논의"
"IT 산업 전반에 대해 훌륭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18일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신 사장은 회의와 만찬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저커버그를 실제로 만나니 인상이 아주 좋더라"며 "페이스북과 IT 산업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다만 구체적인 사업 얘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 또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IT 기업 CEO와 삼성 경영진이 만나 7시간 가까이 회의를 이어간 점을 봤을 때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와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주 겸 CEO도 삼성전자를 찾았지만 경영진과의 만남은 길어야 2~3시간 가량이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당초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페이스북을 기본 탑재하는 쪽으로 협력이 진행될 가능성을 점쳤다.

모바일을 강화하고 있는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페이스북폰을 만드는 것이 가입자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 아이패드나 아마존 킨들파이어에 맞서 태블릿PC를 키우고 있는 만큼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날 신 사장은 페이스북폰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기회가 될 때 말하겠다"고만 언급했다.

특정 디바이스(기기)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포함한 IT 생태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도 이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MSC는 삼성전자 기기에 들어가는 게임, 음악 등 각종 콘텐츠를 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콘텐츠를 페이스북과 연동시키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놓고 봤을 때는 모바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부품을 포함한 더 포괄적인 분야에서 협력이 오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부품 쪽에서 집중하고 있는 그린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IT 비즈니스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은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저전력과 고효율의 서버 메모리 등을 공급할 수 있단 얘기다.

일각에서는 신 사장이 맡고 있는 PC사업 쪽에서 차세대 저전력 서버를 직접 개발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겠느냐"면서도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큰 틀에서의 파트너십을 놓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삼성전자를 방문할 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회색 티셔츠와 후드 점퍼, 청바지를 입고 한 손에는 갤럭시S4를 들고 왔다. 바로 직전 청와대를 갔을 때 검정색 정장 차림을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밤 10시께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