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카카오 유료화 승부수…콘텐츠 장터 '카카오페이지' 정식 서비스
카카오가 유료 콘텐츠 장터 ‘카카오페이지’를 9일 공개했다. NHN의 ‘N스토어’와 SK플래닛의 ‘T스토어’ 등 기존 콘텐츠 장터들이 콘텐츠 유료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다. 카카오는 83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무기로 1~2개월 안에 1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공짜로 콘텐츠를 보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허영만 윤종신 등 콘텐츠 공급

이날 공개된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를 사고파는 ‘스토어’와 구입한 콘텐츠를 감상하는 ‘뷰어’로 구성돼 있다. 뷰어는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이날 구글플레이에 출시됐다. 아이폰용 앱도 조만간 나온다. 조그만 스마트폰 화면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글자 크기와 구성을 모바일에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스토어는 모바일 웹 기반으로 개발됐다. 우선은 뷰어를 통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 ‘더보기’ 메뉴를 통해서도 스토어에 들어갈 수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글 사진 영상 오디오 등 약 8000개의 모바일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며 “스토어에서 구입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는 누구든지 콘텐츠를 만들어 팔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유명 창작자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화가 허영만, 가수 윤종신, 소설가 정이현 씨 등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발표하고 연재한다. 이 밖에 외국어교육업체 스마투스가 영어학습 콘텐츠 ‘비네이티브’를, 인테리어 포털사이트 인스타일업이 ‘인테리어 매거진’을 서비스한다.

콘텐츠 가격은 최저 건당 500원, 월정액 2000원이다.

3조원 콘텐츠시장 잡아라

카카오가 콘텐츠 장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난해 모바일게임으로 7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빠르게 성장하는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9472억원이다. 앞으로 연 22% 성장해 2015년에는 3조539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지는 판매 수입 중 콘텐츠 창작자가 50%를 가져가고 카카오와 구글이 각각 20%와 30%를 가져가는 구조다. 모바일게임보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올해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료 판매 모델 성공할까

하지만 카카오의 유료 콘텐츠 모델이 성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차현나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카카오가 더 강력한 플랫폼이 될지, 한때 인기를 누렸으나 소비자의 싫증과 유료화 정책 실패로 사라졌던 과거의 사례가 되풀이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83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바탕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친구와 같이보기’ 기능을 이용하면 구입한 콘텐츠를 카카오톡 친구 1명과 함께 볼 수 있다. 허영만의 ‘식객2’를 한 사람이 구입했다면 둘이서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친구에게 추천만 해도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추천하면 무료보기’ 기능도 넣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