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조금씩 모아 영화, 음반을 제작하거나 개인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때 유용한 ‘크라우드 펀딩’이 국내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갖춰지지 않아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광균 뮤직킹 대표는 2002년부터 음악 엔지니어로 일하다 작년 6월 ‘뮤직킹’이라는 벤처회사를 차렸다.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 앨범을 내지 못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들려주고 후원을 받아 음원과 앨범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인디밴드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이 이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다.

노 대표는 음원 수익의 일부를 배당금 등으로 돌려주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지만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규가 금전적 보상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뮤직킹은 후원 금액에 따라 음원이나 음반, 공연초대권을 대신 주고 있다. 텀블벅, 펀듀, 인큐젝터 등 다른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법규를 우회하고 있다. 예컨대 텀블벅은 인디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을 후원하면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넣어주거나 시사회에 초대하는 식이다.

현행 법규는 크라우드 펀딩을 엄격한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기부금품 사용을 완료한 뒤에는 공인회계사 등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크라우드 펀딩은 ‘중개업’으로 분류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자본시장법과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등을 개정, 크라우드 펀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