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란물 단속이 ‘불법 복제물에 대한 단속 강화’ 형태로 이뤄지면서 합법 성인용 디지털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 초등학생 살해범 김모씨 컴퓨터에서 불법복제 아동 음란물이 다량 발견되면서 경찰이 인터넷 불법 동영상에 대해 집중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콘텐츠를 유통하는 ‘씨네21아이’의 성인물 매출은 단속 전보다 60% 이상 늘었다. 씨네21아이는 1500건의 성인영화(에로물)판권을 갖고 있다. 김보경 씨네21아이 콘텐츠사업부 팀장은 “불법 동영상이 유통되는 주요 경로인 웹하드와 파일공유(P2P)사이트 이용량이 전체적으로 줄었다”며 “특히 일본에서 제작된 동영상 불법 콘텐츠가 막히면서 풍선효과로 합법적인 성인물 판매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콘텐츠 유통시장에서도 성인물 수요가 늘었다. 국내 IPTV 시장점유율 1위(70%)인 올레TV의 성인 콘텐츠 시청 건수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SK플래닛의 ‘호핀’에서도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놓은 ‘영화야’ 정액제 상품 이용자가 지난 3월 6919명에서 10월 1만2793명으로 85% 늘었다.

경찰이 또 ‘불법 동영상을 유통시키지 않고 하드디스크에 보관한 것만 발각돼도 처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별도 메모리장치인 외장하드 수요도 급증했다. 온라인유통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9월 외장하드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14배로 증가했다. 9월부터 11월까지 외장하드 판매량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39% 늘었다.

유희범 다나와 마케팅팀 주임은 “최근 불법 동영상 단속이 외장하드 판매 급증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합법 성인콘텐츠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불법 동영상 한 편을 P2P 사이트 등에서 100~200원만 내고 다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